겨울 빙판길 낙상, 노인 생명 위협한다

겨울은 노인들에 위험한 계절이다. 빙판길 낙상 사고가 겨울철에 30% 늘어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부산에 사는 강모 할머니(78. 동구 초량동)는 교회 새벽기도를 가려다 길에서 미끄러졌다. 길이 살짝 얼어 있었던 모양이다. 엉덩이 대퇴 골절로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다 지난주부터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병원엔 비슷하게 다친 노인 환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홍모 할아버지(82. 서구 대신동)도 길에서 미끄러져 척추 골절을 입고는 4개월째 병원 신세다. “누워만 있다 보니 팔다리가 점점 가늘어지고 힘도 다 빠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골절 사고 1년 이내 치명률 25~30%

겨울은 노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계절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길은 낙상(落傷) 사고를 부른다. 부산 소방본부 통계에 따르면, 낙상 사고는 겨울철에 30% 늘어난다. 균형감각 저하와 반사 신경 약화로 넘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

넘어지면 대퇴 골절과 척추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퇴골절, 척추골절을 겪은 노인은 1년 내 치명율이 25%에서 30%까지 높아진다. 골절 사고 이후 1년 이내에 사망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강 할머니, 홍 할아버지처럼 근감소증(筋減少症, sarcopenia)까지 있는 초고령 노인은 이런 위험에 더 취약하다. 근감소증이 근력을 약화시켜 골절 위험을 높이기도 하지만, 특히 고령자는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낙상 시 부상 정도가 더 커지기 때문.

노인들 생명 위협…여기에 노인증후군까지 겹치면?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이미 20%를 넘어섰다. 부산처럼 초(超)고령사회에선 대퇴골절, 척추골절로 인한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봉생기념병원(병원장 김중경)이 노인의 대퇴골절과 척추골절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정용태 척추관절센터장(신경외과)은 “낙상 사고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함정처럼 이들을 수렁에 빠뜨린다”며 “노인들 낙상 예방과 골절 치료는 노인들 삶의 질(QoL)을 지키는 생명선이기도 하다”고 했다.

게다가 초고령 노인은 다양한 만성 질환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51%)이 고혈압, 관절염,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을 3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신체 대사능력을 떨어뜨리는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을 확률도 높다.

단순한 골절 치료 이상의 복합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게다가 만성적인 소화불량에다 자주 무기력해지는 여러 ‘노인증후군’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

척추 치료 30년 정용태 센터장, “노인 골절 치료는 뼈만 보는 게 아니다”

정 센터장은 “환자의 기저 질환과 회복 가능성을 모두 반영한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다학제적 협진 체계를 갖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신경외과 교수로 숱한 척추병 환자를 보았다. ‘척추학’, ‘신경외과학’, ‘임상간질학’ 등 의대생과 전문의들 위한 교과서도 여럿 발간했고,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학회장(2012~2013), 대한신경외과학회와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부울경지회장도 역임했다.

정용태 척추관절센터장. [사진=봉생기념병원]
그러면서 수많은 노인환자들을 치료해왔다. 척추질환, 척추 외상, 머리 외상 치료가 핵심 전공이긴 하지만,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수술 합병증이 우려되는 환자들의 척추질환 치료와 척수 종양 수술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

그의 척추관절센터는 또한, 근감소증 초기 진단부터 맞춤형 재활 치료를 제공해 골절을 예방하는 데로도 나아간다. 근육 기능 향상을 위한 운동 요법과 영양 관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는 것.

환자 맞춤형 재활도 하나의 치료 흐름으로 이어진다. 정 센터장은 "골절 치료는 단순히 뼈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며 “특히 초고령 노인 환자는 그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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