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생리통, 참기만 했다…그게 '이것' 때문이라면?

폐경 후 난소암, 자궁내막암까지 불러 오는 자궁내막증 위험한 이유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스물다섯 넘으면서 생리통이 있긴 했다. 그런데 최근 더 심해졌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자 동네 산부인과에 갔더니 의사는 “월경통은 당연한 거고, 애 놓고 나면 좋아져”라고만 했다. 그래서 참고 지내는데, 최근엔 성교통까지 있다 보니 남편과의 사이도 데면데면하다. 일상이 엉망으로 돌아가는 듯해 큰 병원을 찾았더니 ‘자궁내막증’이란 진단이 나왔다.

자궁 안과 밖에서 동시에 생리를 한다?

자궁내막증은 아주 독특하다. 생리할 때 탈락하는 자궁내막 조직이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여성의 골반 내에서도 자라는 것. 즉, 자궁이 생리할 때마다 골반 다른 조직에서도 생리 작용이 일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자궁에서의 생리는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골반에서의 생리는 나올 데가 없다. 골반 내에 쌓이게 된다.

생리할 때마다 골반에 쌓인 생리 조직은 골반 안에 진득하게 붙어서 여러 장기들을 서로 붙게 만든다. 기능에도 장애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난관, 난소가 붙어선 배란 및 수정에 장애를 일으킨다. 나중엔 불임도 초래한다. 또 방광에 붙어선 빈뇨나 배뇨통, 방광 기능에 이상을 불러온다. 또 대장이나 소장에 붙어선 생리 중에 배변통이나 배변 장애를 초래한다.

자궁내막증. [사진=춘해병원]
부산 춘해병원 박성환 병원장(산부인과)은 “이러한 증상들은 생리통과 동반되어 같이 나타나게 되는데, 대개는 단순히 방광염이나 변비가 있는 걸로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병변은 점점 더 진행이 되고, 나중에 월경통이 더 심해져,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병원을 찾게 된다. 이럴 정도면 자궁내막증이 심해 진단받자마자 바로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더 일찍 찾아냈더라면 수술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박 병원장은 “얼마 전에 생리통, 배변통이 심해 내원한 환자의 경우, 수술 시간만도 3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대장 일부를 절제해야만 했기 때문. “더 일찍 검사를 받았더라면 간단한 약물 치료만으로도 진행을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환자는 몇 개월 회복 기간을 거친 후엔 난임 치료도 시작했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불임도 같이 온 것이다.

그런 자궁내막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약 70%가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자궁내막증은 30~39세 가임기 여성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심부’(深部)자궁내막증이나 난소내막증 위험도 커진다. 자궁내막 조직이 골반 복막, 방광, 요관, 골반신경, 질 상부, 직장근육층 등 깊은 곳까지 침투하거나 난소에까지 낭종이 생기는 것.

폐경 후에도 자유롭지 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폐경기 연령대에서는 진행성 자궁내막증(3, 4기)의 비율이 높고, 폐경 전후의 불분명한 골반 통증이 있는 경우 자궁내막증 위험이 높다.

왜 이럴까? 박 병원장은 “여러 원인을 들 수 있는데, 출산 연령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깊다”고 했다.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 그 사이 생리 횟수도 늘어나는데, 이것이 여성들 자궁이 더 많은 에스트로겐 환경에 노출되게 만들면서 자궁내막증 위험도 함께 높인다는 것이다.

박성환 병원장. [사진=춘해병원]
환경 오염, 가공식품 섭취 증가, 플라스틱 사용 등으로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고, 고칼로리 식단, 신체활동 부족, 스트레스 증가 등도 자궁내막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소암, 자궁내막암으로도 이어진다… 폐경 이후에도 위험은 여전

또 다른 문제는 자궁내막증은 수술 후에도 5년 이내 재발률이 40~50%로 높다는 것. 게다가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난소암 발병은 1.4배나 더 높아진다. 최근 미국 연구자료에 따르면 4배 이상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은 대개 발견이 늦어 3기 환자가 50%를 차지한다. 그래서 5년 생존율도 23~41%로 아주 낮다.

그런데,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50~60대 환자가 절반 이상이다. 갱년기 증상으로 힘든 시기에 생명을 위협하는 암까지 찾아오는 것이다.

박 병원장은 “월경통에 대한 바른 인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연히 생기는 게 아니다. 반드시 원인을 찾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정말 중요한 여성 건강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폐경이 되어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자궁내막증은 조기 검진을 통해 미리 발견하고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면, 꼭 수술로까지 가지 않고, 자궁내막증의 진행을 막을 수 있으며, 불임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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