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밥 계속 먹으면 빈혈 생긴다고?
[송무호의 비건뉴스] 60. 피틴산은 현미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②
“현미에 든 피틴산이 철분을 강하게 흡착하여 제거하기에 빈혈 생길 위험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철분은 생명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주성분이다. 철분이 부족하면 철분 결핍성 빈혈이 생긴다. 철분은 다양한 식품 속에 들어있어 결핍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생리하는 여성이나 임신부에게 결핍이 일어날 수 있다 [1].
철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동물성 식품에는 헴철(heme iron)이 많이 들어있고, 비(非)헴철(non-heme iron)도 어느 정도 들어있다. 식물성 식품에는 비(非)헴철만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철분인 헴철은 흡수가 잘되고, 식물성 철분인 비헴철은 흡수가 잘 안 되기에 채식인은 철분 결핍성 빈혈이 생기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식물성 식품에도 철분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고, 철분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C가 식물성 식품에서 동물성 식품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2].
미국영양학회지에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채식인의 철분 섭취는 비(非)채식인보다 많았다(아래 도표) [3].
동물성 식품의 철분 흡수율은 14~18%이고, 식물성 식품의 철분 흡수율은 5~12%다 [4]. 따라서 채식인의 철분 저장량이 잡식인에 비해 조금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신기하게도 철분이 부족해지는 경우 자동적으로 철분 흡수를 증가시켜 철분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한다.
채식인 중에는 비채식인에 비해 철분 저장 수치가 약간 적지만 정상(low-normal) 수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건 몸에 좋은 것이다.
철분이 몸에 많으면 오히려 여러 가지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동물성 식품에서 유래하는 헴철이 그렇다. 동물성 철분은 산화(酸化)를 촉진하는(pro-oxidant) 성질이 있어 LDL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심장병을 증가시킨다 [5].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하루 1mg 동물성 철분을 더 섭취하면 심장병이 27% 더 증가한다 [6]. 동물성 철분 섭취가 많은 군은 적은 군에 비해 뇌졸중이 16% 증가하고 [7], 당뇨병이 33% 늘어난다 [8]. 하루 1mg 동물성 철분을 더 섭취하면 대장암 12%, 직장암 8%, 유방암 3%, 폐암 12% 더 많이 생긴다 [9].
특이하게도 여러 연구 결론의 공통점은, 식물성 철분인 비헴철은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식물성 철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
모든 영양소가 그렇듯이 철분도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많으면 오히려 해로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품에 철분이 많이 들어있을까? 독자들 이해를 돕기 위해 흔히 먹는 식품 100g당 포함된 철분 함량을 찾아보았다 [10].
동물성 식품: 소고기(등심) 2.24mg, 돼지고기(삼겹살) 0.49mg, 닭가슴살 0.28mg, 참치 1.98mg, 고등어 1.6mg, 새우(튀김용 냉동) 1.5mg, 계란 1.9mg, 우유 0.03mg.
식물성 식품: 대두 6.66mg, 서리태 6.19mg, 병아리콩 5.54mg, 호박씨 8.6mg, 참깨 5.8mg, 아몬드 4.76mg, 땅콩 3mg, 표고버섯 3.36mg, 연근 조림 5.4mg, 고사리 6.4mg, 쑥 8.14mg, 시금치 2.49mg, 깻잎 1.9mg, 열무 1.7mg, 두부 1.54mg, 된장 3.25mg, 고추장 2.17mg, 현미 1.05mg, 케일&브로콜리 0.8mg, 미역(말린 것) 6.1mg, 다크초콜릿 11.9mg.
위와 같이 식물성 식품의 철분 함량은 동물성 식품보다 훨씬 높다. 특히 콩, 견과류, 씨앗류, 녹색 잎채소에 많이 들어있다.
철분의 하루 권장량(RDA)은 한국 성인 남성 8mg, 성인 여성 11mg, 폐경 후 여성 6mg이다 [11]. 철분이 하루에 배설되는 양은 성인 남성 약 1.2mg, 성인 여성 1.6mg, 폐경 후 여성 1mg이다 [12].
빈혈을 걱정하는 젊은 여성은 약을 먹을 게 아니라, 콩이나 견과류 또는 다크초콜릿을 자주 먹길 권한다. 피틴산의 철분에 대한 작용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NIH https://ods.od.nih.gov/factsheets/Iron-HealthProfessional/
2. AV Saunders, W Craig, SK Baines, JS Posen. Iron and vegetarian diets. Medical Journal of Australia 2013;199:S13.
3. B Farmer, BT Larson, VL Fulgoni III. A vegetarian dietary pattern as a nutrient-dense approach to weight management: an analysis of the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1999-2004. 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 2011;111(6):819-827.
4. R Hurrell, I Egli. Iron bioavailability and dietary reference values. Am J Clin Nutr 2010;91(5):1461S-1467S.
5. J Hunnicutt, K He, P Xun. Dietary iron intake and body iron stores are associated with risk of coronary heart disease in a meta-analysis of prospective cohort studies. The Journal of nutrition 2014;144(3):359-366.
6. W Yang, B Li, X Dong, et al. Is heme iron intake associated with risk of coronary heart disease? A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Eur J Nutr. 2014;53(2):395-400.
7. J Kaluza, A Wolk, SC Larsson. Heme iron intake and risk of stroke: a prospective study of men. Stroke. 2013 Feb;44(2):334-9.
8. W Bao, Y Rong, S Rong, L Liu. Dietary iron intake, body iron stores, and the risk of type 2 diabet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Med. 2012 Oct 10;10:119.
9. A Fonseca-Nunes, P Jakszyn, A Agudo. Iron and cancer risk—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the epidemiological evidence. 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 prevention 2014;23(1):12-31.
10. 국립농업과학원, 국가표준식품성분표. https://koreanfood.rda.go.kr/main
11. 대한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https://www.kns.or.kr/FileRoom/FileRoom_view.asp?idx=108&BoardID=Kdr
12. JR Hunt, CA Zito, LK Johnson. Body iron excretion by healthy men and women.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9;89(6):1792-1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