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죽이지 않고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 개발

조광현 KAIST 교수팀, 디지털 트윈 활용해 원천 기술 확보

기존의 항암 치료는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반면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원천 기술은 암세포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며 항암 치료의 근본적인 개념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그 성질을 바꿔 정상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되돌릴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까지 개발된 다양한 항암 치료법의 공통점은 암세포를 공격해 죽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해 재발하거나,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을 유발하는 등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세포 분화와는 다른 궤적이 나타난다는 관찰 결과에 주목했다. 정상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을 재현한 뒤, 이를 암세포에 역으로 적용하면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디지털 트윈’을 사용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의 사물을 데이터로 구현해 디지털 화면에 동일하게 제작하는 기술이다. 세포를 복제해 디지털 화면에 띄우고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이나 실험이 가능해 최근 신약개발이나 의학 연구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디지털 트윈으로 정상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자네트워크를 재현했다. 이후 이를 분석해 정상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분자스위치’를 발굴했으며, 이를 대장암세포에 적용하면 암세포가 정상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진 분자실험과 동물세포에서 연구팀의 발견은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

왼쪽부터) 바이오및뇌공학과 김주희 박사과정, 공정렬 박사, 조광현 교수, 이춘경 박사과정, 김훈민 박사과정. [사진=KAIST]
특히 카이스트 측은 “이번 발견은 우연한 현상적 발견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세포 유전자네트워크의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고 분석해 체계적으로 접근해 이뤄낸 원천기술 개발”이라며 “다양한 암종에 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에도 의학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통한 연구는 종종 이뤄져 왔지만, 주로 임상 시험을 대체하는 형태였다. 표본을 많이 구하는 것이 어려운 희귀질환이나 윤리적 이유로 대규모 임상이 제한적인 뇌질환 치료제를 가상으로 테스트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연구팀은 실제 세포의 유전자네트워크를 복제하는 한편, 분화 과정을 거꾸로 돌리는 등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실험을 디지털 트윈을 통해 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점을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와일리(Wiley)’에서 발간하는 저널 《응용과학(Advanced Science)》에서도 이번 연구를 게재했다.

조광현 교수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돌아갈 수 있다 것은 놀라운 현상”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이를 체계적으로 유도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해당 원천 기술은 조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기업 ‘바이오리버트’에 기술이전 후 실제 암 가역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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