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한국, 신약 접할 기회 여전히 적어"
[바이오VIBE]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
"한국 사회는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약의 급여화(건강보험 적용)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은 노인 삶의 질뿐만 아니라 생산성, 경제적 측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제약업계가 정부와 협력해 급여화 절차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의 크리스토프 하만 대표(사진)는 최근 코메디닷컴과 만난 자리에서 신약 접근성 문제에 대해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 평균 46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일본은 17개월, 독일은 11개월로 알려졌다"며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개발된 460여 개 신약 중 한국에서 급여화된 품목은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 48%, 독일 61%인 것과 비교하면 환자들이 신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도 내년도 중점 계획으로 신약의 접근성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만 대표는 "한국은 신약 급여화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도입되는 신약의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국내 환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 예산은 한계가 있어 비용 문제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모두를 위한 의료 서비스’라는 한국 정부의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예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의료 관계자, 정부, 제약업계가 협력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제공하며, 예산을 적절히 활용해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머크의 선택과 집중..."난임·암·내분비 시장 주력"
1668년에 창립한 머크는 356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머크 그룹은 일렉트로닉스, 라이프 사이언스, 바이오파마(헬스케어) 세 가지 사업부로 구성됐는데, 이 중 바이오파마 부문은 그룹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사업부로 평가된다. 하만 대표는 경제학 전공자로 금융과 컨설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9년 머크 그룹에 합류했다. 머크 바이오파마 한국법인의 제너럴 매니저(GM)로 부임한 지는 올해로 2년차가 됐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많은 도전 과제가 있었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성과들도 많았던 한해"라고 평가했다. 현재 머크 바이오파마는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 희귀난치질환을 포함해 전문적 처방이 필요한 분야를 ‘스페셜티 케어’로 지정하고 면역항암·종양, 신경면역, 난임, 내분비까지 4개 사업분야에 집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물로 이들 영역에서 성과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난임 치료제 분야에는 올해 4월부터 '퍼고베리스'의 보험 급여가 확대되며 LH(황체화호르몬) 및 FSH(난포자극호르몬) 결핍 환자들이 더 쉽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하만 대표는 "한국 난임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5세 이상 여성은 LH나 FSH 호르몬 결핍이 흔하다"며 "퍼고베리스 접근성 확대로 많은 난임 환자들이 아이를 갖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난임 문제와 관련해 제도적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는 상황이다. 머크는 작년 5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낮은 출산율 이슈를 고찰하고 민간, 공공부문,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저출산 대응 이니셔티브인 ‘퍼틸리티 카운츠(Fertility Counts)’를 출범하기도 했다.
하만 대표는 "난임은 머크가 핵심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라며 "난임 분야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인구 위기와 고령화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내 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전 세계에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충분한 육아휴직을 제공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이를 사용하거나 가족을 꾸리는 것이 자신의 경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느끼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비즈니스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가운데 치료 접근성 차원에서도 퍼고베리스의 보험 급여가 확대된 점은 중요한 변화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장암과 폐암, 방광암 분야 항암제의 접근성도 한층 강화됐다. '얼비툭스(대장암)', '텝메코(폐암)', '바벤시오(방광암)'가 대표적이다. 하만 대표는 "작년 4월 얼비툭스의 3차 위험분담제(RSA) 계약이 갱신되며 환자들이 받는 치료 혜택이 연장됐다"며 "올해는 얼비툭스와 비라토비(엔코라페닙) 병용요법이 이전 치료에 실패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서 효과가 확인되면서 급여 확대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텝메코'는 MET 엑손 14 결손 폐암 치료제로, 환자는 수는 적지만 5년 생존율이 9%로 매우 낮아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출시 3년 만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세 번째 시도 끝에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 급여화를 위해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이번 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머크는 주요 스페셜티 케어 분야에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특히 난임과 방광암 분야 같은 치료가 어렵고 수요가 높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환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치료제를 제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