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포착" 방사선 피폭 됐나 바로 알아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첨단 '딥러닝 방사선량 자동 판독' 길 열어

엑스레이는 환자 치료에 새 시대를 열어준 특별한 발견.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 피폭 문제는 지금까지도 골칫거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대의학에서 방사선은 참으로 중요하다.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Wilhelm C. Röntgen)이 엑스레이(X-ray)를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인체 내부를 비침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로부터 130년 정도가 지났다. 지금 우린 일반방사선촬영(GD, General Radiography)부터 디지털방사선촬영(DR, Digital Radiography), 컴퓨터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사선 촬영에 익숙해졌다. 의료에서 방사선은 이제 진단과 치료에 있어 필수 도구다.

하지만 방사선 노출은 환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연구센터 강영록 부장(방사선의생명연구부)은 13일 “방사선은 우리 몸의 세포에 있는 유전정보 물질인 DNA를 손상시키고 염색체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했다.

방사선 피폭량이 많아질수록 예기치 않은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게 마련. 이에 세계 많은 나라는 방사선 피폭량 최소화를 위한 각종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엄격히 시행한다.

우리 질병관리청도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따라 CT, GR, DR 선량 측정치를 표준화하고, 이를 관리한다. 의료진과 환자에 대한 방사선 노출은 최소화하면서도 진단과 치료를 위한 적정선을 마련한 것.

방사선, 환자 진단과 치료엔 필수... 하지만 피폭 위험은 어떻게?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 피폭은 다른 문제다. 만약 방사선 사고가 발생한다면 병원에 가서 한번씩 방사선 치료를 받고 오는 정도와는 비교가 안 된다.

특히 대한민국 동남권 지역은 그런 원전들이 밀집해 있다. 원전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지만, 인근 주민들의 방사능 노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방사선 피폭에 대한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강 부장은 “평상시에도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 피폭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주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 했다. 그러자면 정확한 피폭량 측정과 평가가 필수 과제가 된다. 러시아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그 후유증을 알고 있는 이들에겐 더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학실용화센터를 세워 안전한 선량평가 기술 연구에 몰두해왔다. 복합 방사선장을 구축하여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해온 것.

고전적 선량평가 방식.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통적으로 방사선 피폭선량 평가는 혈액 시료를 통한 육안 판독 염색체 분석법에 의존해왔다. 이 방법은 염색체의 구조적 변화를 관찰하여 피폭 정도를 추정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한계가 있다. 숙련된 전문가가 현미경을 통해 수작업으로 염색체 이상을 식별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개발한 첨단 방사선량 평가 기술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미리 학습, 염색체 이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대규모 피폭 사고 발생 시에도 재빠른 선량평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전보다 판독 시간이 무려 1/25로 단축된다. 3건의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국제특허(PCT) 출원도 준비하고 있다.

피폭량 분석 시간 획기적으로 줄여...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주목"

강 부장은 “딥러닝을 활용한 방사선량평가 기술은 방사선 사고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면서 “일상적인 의료 방사선 노출 평가에도 적용되어 환자 안전을 높이는 단계까지 영역을 넓힐 수도 있다”고 했다. “방사선으로부터 시민 건강을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게 인공지능(AI) 분석 단계로까지 자동화되자면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를 훨씬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 강 부장은 “일본(후쿠시마)이나 러시아(체르노빌) 등 이미 커다란 원자력 피폭 경험을 갖춘 나라,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딥러닝 기술 인프라로 이들 나라들과 글로벌 협력에 나설 것”이라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방사선 재난 사고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방사선 안전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것. 강 부장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우리 딥러닝 방사선량 측정기술을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 했다.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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