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속이 쓰리네"...위식도역류병 등 자꾸 재발하는 속병, 어떻게?
현대인은 속이 쓰리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위산이 올라와 시큰거린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 무려 1천만 명에 이런 소화계통 질환이 있다. 위염, 역류성 식도염, 심하게는 위궤양 등등. ‘한국인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화가 덜 된 내용물이 위산과 함께 식도를 타고 위로 올라오는 ‘위·식도역류(逆流)병’(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만 해도 병원 다니며 치료받는 사람이 연간 450만 명쯤 된다. 매년 2.2% 정도씩 늘어난다.
여자들이 더 민감하다. 여자 환자가 남자 환자보다 37% 정도 더 많다. 증가율도 더 높다. 나이별로는 60대가 가장 많고, 50대와 40대가 그다음으로 많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직장과 육아 스트레스 많은 20~40대 환자들도 부쩍 늘었다. 심지어 20대 환자의 연간 증가율은 25% 수준으로 다른 연령대 증가율을 압도한다.
부산 봉생기념병원 김석훈 과장(소화기내과)은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비만 등이 주된 원인”이라며 “물론 건강검진, 국가검진 통해 위내시경 검사가 일반화되면서 환자 발견이 많아진 것도 한 이유”라고 했다.
한해 450만 명이 병원 찾는 위식도역류병...봉생기념병원 김석훈 과장에 물어보니
-식도염과 위-식도역류병은 어떻게 다른가요?
"식도염은 말 그대로 식도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죠. 원인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위식도역류병은 위산이 역류하는 것이죠. 식도염이 대부분 위-식도 역류 증상으로 생겨서 흔히 ‘역류성 식도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증상이 다양하죠?
"위산이 역류하는 것부터 가슴이 쓰리고 화끈거리거나 가슴에 통증이 오기도 합니다. 기침이 많아지고, 심하면 천식 비슷한 증상까지 옵니다. 식도 염증이 심해지면 음식물 삼키기도 어렵고요."
-왜 음식물이 역류하나요?
"식도 아래쪽 괄약근의 수축력이 약해진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비만, 임신, 복수 등으로 위 내부 압력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고요."
-젊은 사람들은 주로 스트레스 때문이라던데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위장운동이 촉진되고, 위산 분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식도로 역류하는 위산의 양이 늘어 식도에 염증이 생기는 거죠."
-병원 갈 때마다 약을 잔뜩 처방하더군요. 위산 억제제를 오래 먹으면 부작용 있지 않나요?
"역류 증상이 있을 때는 사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호전이 쉽지 않습니다. 약물치료를 같이 하는 것이 좋죠. 보통 4~8주 정도 PPI(양성자 펌프억제제)를 복용합니다. 물론, PPI를 장기간 복용하면 신장기능 저하와 칼슘 흡수가 저해되어 골밀도 감소라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죠. 하지만 그런 부작용은 아주 드물게 생깁니다."
-약을 꾸준히 먹는데도 자주 재발하던데.
"약도 약이지만, 근본적으론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잘 낫지 않습니다. 재발도 잘 하고요. 특별히 증상이 악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는 식도염뿐 아니라 위염, 위궤양, 위암 같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흉통, 즉 가슴이 아플 때 위나 식도 때문인지 심장 때문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일단, 심장질환으로 인한 흉통은 등, 어깨, 턱 등에 방사통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할 때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나는데 편안하게 쉬어주면 금세 증상이 완화되죠. 반면, 식도염으로 인한 흉통은 가슴이 타는 듯한, 화끈거리는 통증이어서 조금 다릅니다. 식도염일 때는 식사 후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유전되기도 하나요?
"식도염은 유전이 아닌 생활습관으로 인한 질환이죠. 유전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화되지 않고, 완치하려면요?
"꾸준하면서도 적절한 약물복용, 본격적인 생활습관 개선으로 완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렇게 개선된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반면, 만성화되면 궤양이나 출혈, 식도협착 등 더 심각한 상태로 나빠질 수 있어요. 또 식도염이 지속하면 이쪽 세포에 변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식도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 거죠."
-집에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잠들기 전 음식 섭취를 피하고, 식사 후 2~3시간 이내는 눕지 않도록 합니다. 식사는 고지방식, 과식, 야식 등을 피하고, 술, 담배, 커피, 초콜릿, 탄산음료도 되도록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밤에 속 쓰림 증상이 심할 때는 등을 똑바로 세워 위산 역류를 최소화하고, 차가운 물이나 우유를 조금씩 마시면 염증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은 어떻게 가리나요?
"양배추, 마, 바나나, 마늘 등이 좋습니다. 살짝 데친 브로콜리나 감자, 단호박도 좋고요. 반대로 커피, 녹차, 신맛 나는 과일, 술, 담배 등은 해롭습니다.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류, 튀김류 등도 위장에 부담을 많이 주고요. 특히 맵고 짠 음식은 더 안 좋습니다. 한밤중 맵고 짠 야식에다 술까지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최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