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광고는 이렇게 환자를 속인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56. 의사가 말하지 않는 고지혈증약의 숨겨진 진실 ②
소위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low density lipoprotein)은 수치가 높으면 안 좋지만, 고지혈증약을 이용해 강제로 낮추면 건강에 오히려 해롭다. 왜일까? 콜레스테롤은 ‘건강의 적’이 아니라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성분이기에 억지로 수치를 낮추는 것은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LDL 목표치를 점점 더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는 2018년 진료지침(4판)에서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DL 목표치를 70 미만으로 했었는데, 2022년 개정된 진료지침(5판)에서는 LDL 목표치를 55 미만으로 권고했다 (아래 도표) [1].
갈수록 태산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는가? ‘질병 장사’(Disease mongering) 개념을 알지 못하면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질병 장사'(Disease mongering) 개념 모르면 보이지 않는 것들
고지혈증약인 스타틴은 의학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등재되었다 [2]. 이 약이 그렇게 효과가 좋은 약인가? 스타틴 계열 약물 중 최고의 수익을 올린 리피토(Lipitor, Atorvastatin)를 한번 살펴보자.
2003년 리피토를 만든 제약회사 화이자의 재정적 후원으로 영국 및 북유럽의 다기관 연구 결과가 유명저널(Lancet)에 발표되었다 [3]. 이 논문을 토대로 리피토는 심장발작(heart attack) 위험을 36% 감소시킬 수 있다는 아래와 같은 광고를 냈고, 이 광고는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엄청난 판매로 이어졌다.
하지만 광고를 자세히 보면 36% 오른쪽 옆에 작은 *(asterisk)가 보이고 하단에 작은 글씨로 “That means in a large clinical study, 3% of patients taking a sugar pill or placebo had a heart attack compared to 2% of patients taking Lipitor(위약군에선 3%, 리피토군에선 2%의 심장발작이 발생했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가장 많이 팔린 고지혈증약 '리피토'에 숨겨진 비밀은?
으잉? 위약군이 3%고, 리피토군이 2%면 겨우 1%p 차이인데, 도대체 36%란 수치는 어디서 나온 걸까?
해당 논문에는 3년간 리피토 투약군에서는 환자 100명 발생, 위약군에서는 154명 발생했다니 차이가 꽤 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대상 수가 각각 5168명과 5137명이라 Percent(백분율)로 계산하면 리피토군 1.9% 환자 발생, 위약군 3% 환자 발생으로 나온다.
이 결과를 나타내는 방식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인들이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치로, 두 군 간의 차이인 3.0-1.9=1.1%p로 표시하는 ‘절대위험감소’(absolute risk reduction)다. 즉 100명 당 1.1명이 약의 효과를 봤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상대위험감소’(relative risk reduction)라는 통계학적인 수치가 있다. 이것은 두 군 간의 발생 비율을 나타내는데 3.0-1.9/3.0 x100=36%로 나오며, 이게 화이자 리피토 광고에서 사용한 수치다.
사람들 잘 모르는 상대위험감소 vs. 절대위험감소 교묘하게 이용해온
이 수치는 100명 중 36명이 효과를 봤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마치 36명이 효과를 본 것처럼 인식하며 약을 사게 되니 사실상 ‘기망’인 것이다 (아래 그림) [4].
첫 번째 방법인 절대위험감소 1.1%보다 두 번째 방법인 상대위험감소 36%라는 숫자가 훨씬 크고, 광고하기 좋기에 제약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숫자다. 사망률 1.1% 감소라면 환자에게 약을 권하기 힘들지만, 사망률 36% 감소라면 환자도 기꺼이 약을 사서 먹는다.
이것이 약을 광고할 때 쓰는 보편적인 방식이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통계학을 모르는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따라서 위 리피토 광고는 실은 아래와 같이 해야 했다.
3년간 약을 먹어 100명 중 겨우 1명이 효과를 볼 수 있고, 나머지 99명은 아무 효과를 못 보는 약을 매일 먹겠다는 분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만약 여러분이 제약회사 CEO라면 어떤 수치를 썼을까? 상대위험 36%라는 수치로 약을 팔지, 절대위험 1.1%로 약이 잘 안 팔리게 할까. 그럴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니 없을 것이다. 왜냐면 제약회사의 제1 목적은 이윤 창출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에서 약 선전 시, 약물의 효과를 나타낼 땐 상대위험을 쓰고(수치가 큼), 부작용을 나타낼 땐 절대위험 수치를 사용한다(수치가 작음). 따라서 약물의 효과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상대위험과 절대위험의 의미를 반드시 구분해 알아야 한다 [5].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인뿐 아니라 대부분 의사도 이러한 통계 용어에 대해 잘 모르기 쉽다 [6]. 상대위험과 절대위험 차이를 모르면 약의 효능을 과대평가하게 되고, 심지어는 속게 되니 고지혈증약을 드시는 분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메디칼업저버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571
2. J Simons. The $10 billion pill. Fortune 2003;147(1):58-62.
3. PS Sever, B Dahlöf, NR Poulter, et al. Prevention of coronary and stroke events with atorvastatin in hypertensive patients who have average or lower-than-average cholesterol concentrations, in the Anglo-Scandinavian Cardiac Outcomes Trial—Lipid Lowering Arm (ASCOT-LLA): a multicentr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The Lancet 2003;361:1149-1158.
4. DM Diamond, U Ravnskov. How statistical deception created the appearance that statins are safe and effective in primary and secondary prevention of cardiovascular disease. Expert review of clinical pharmacology 2015;8(2):201-210.
5. GG Gigerenzer, JA Muir. Better doctors, better patients, better decisions: envisioning health care 2020: MIT Press, 2011.
6. C Martyn. Risky business: doctors' understanding of statistics. BMJ 2014;349:g5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