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즐겁다...하지만 조리흄은 무섭다

부산 온종합병원 “학교 급식종사자 호흡기 이상소견율 30% 넘어”

고온에서 기름을 튀길 때 나오는 조리흄. 폐암 발생과 관련 깊어 '죽음의 미세입자'로도 불린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집 근처 병원에서 최근 건강검진 받은 허모씨(여, 62, 부산 수영구)는 폐CT검사에서 이상이 있다는 소견과 함께 재검사 통보를 받았다. 병원에 물어보니 “폐암이 의심된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한 번씩 가슴이 답답하고, 가끔 약한 통증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고혈압 등 다른 기저질환도 없는 건강체다. 다른 무엇보다도 가족 중 누구도 폐암은 없는 데다,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부산 온종합병원 폐암수술센터는 허씨 흉부 X선 촬영으로 폐 손상 여부를 확인한 후, 흉부 CT 검사로 더 정밀하게 관찰했다. 그러면 폐암 여부까지 체크할 수 있다.

폐암은 기수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지며, 4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 이하. 반면, 조기 폐암으로 볼 수 있는 1기, 2기의 5년 상대 생존율은 각각 80%, 60%에 이른다.

검사 결과, 폐암이지만 초기여서 바로 수술을 했다. 동아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출신 최필조 센터장이 우상엽 폐절제술을 시행한 후 조직검사 결과까지 받아보니 폐선암(1기)이 맞았다.

[사진=온종합병원 폐암수술센터]
최 센터장은 “평소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한 것이 폐암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리할 때 나오는 ‘조리흄’(cooking fume)이 아무래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섭씨 230℃ 이상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나오는 미세한 입자가 조리흄이다. 폐암 발생과 아주 관련이 깊어 ‘죽음의 미세입자’라고도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조리흄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조리흄은 최근 몇 년 사이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며 “특히 조리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종사자, 조리사의 폐암 유병률이 높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식시설 종사자, 조리흄으로 인한 폐 검사 필수

실제로 2023년 교육부의 학교 급식종사자 대상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에서는 검진 대상자 2만 4065명 중 139명이 폐암 의심 소견을 받았다. 그중 31명은 폐암 확진을 받았다.

기존에 진단받은 인원을 포함하면 최근 5년간 급식 종사자 60명이 폐암을 진단받았다. 확진자 평균 연령은 54.9세, 평균 종사 기간은 14.3년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한폐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85% 이상이 비흡연자이고, 요리 빈도 높은 여성의 폐암 발생률이 최대 8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요리빈도 높은 여성, 폐암 발생률이 8배나 높아

온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가 부산시교육청 의뢰를 받아 학교 급식 종사자(조리원 또는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벌인 ‘2024년 폐암 조기 발견 및 건강유지 증진을 위한 폐암 검진’에서 11월 말 현재 피검사자 144명 가운데 양성결절 42명, 경계성 양성결절 2명 등 이상 소견율이 30%나 나왔다. 이들은 앞으로 1년 혹은 6개월마다 추적 관찰해야 한다.

최필조 센터장은 “조리흄은 환기 시설이 열악한 경우에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조리할 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를 자주 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 검진으로 폐 건강상태를 자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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