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에서 함께 생각할 인생 명언?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4년 12월 02일ㆍ1648번째 편지


눈 몇 번 깜빡이고, 몇 번 탄식하고, 몇 차례 웃다 보니 어느덧 12월이네요. 어떤 사람은 올 한 해가 악몽이라고 진저리 치고, 어떤 이는 그래도 잘 지냈다고 자위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작은 행운에도 감사하다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겠네요. 이제 이어질 송년회에선 이 모든 사람들이 밝은 얼굴로 만나서 덕담을 나눌 겁니다. 최근 들은 명언 가운데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번져서 여러 모임에서 인용된 것인데, 저는 올해 처음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없는 세 가지에 관해서입니다. 공짜, 비밀, 정답의 세 가지라네요.

모임에서 이 얘기를 듣고 출처를 찾았는데, 미로 속에서 헤맸습니다. 배우 윤여정이 TvN 프로그램 '뜻밖의 여정‘에서 좋아하는 글귀라고 인용하면서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에서 봤다고 하는데, 김훈의 글엔 그런 내용이 없다네요. 경제지를 중심으로 여러 칼럼에 인용돼 소개되기도 했는데···.

몇 달 헤매다 마침내 출처를 찾았는데, 헉! 지금 제가 읽고 있는 책의 저자, 일본 기업인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1932~2022)의 명언이더군요. 반도체 세라믹 회사 교세라의 창업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77세의 나이에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항공(JAL) 회장에 취임, 8개월 만에 흑자로 만든 ‘경영의 신’이지요.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면서 박지성이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교토퍼플상가의 구단주여서 우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 이나모리가 2010년 펴낸 《왜 일하는가》에서 ‘80년 살며 깨달은 인생 7가지 지혜’ 가운데 하나로 ‘세 가지 없는 것’을 제시했다네요.

이 가운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건 경제계에선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로 표현하죠? 19세기 미국의 서부의 식당에서 손님이 맥주를 주문하면 공짜 점심을 준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손님들은 짠 점심을 안주 삼아 맥주를 더 많이 시켰으니···. 미국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 1938년 펴낸 《경제학을 여덟 단어로 표현하면(Economics in Eight Words)》에서 언급했지요.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분들, 뜨끔하지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정당한 대가에 맞춰 사는 사람은 공짜 별로 내키지 않죠? 공짜 노리지 않으면 사기 당할 위험도 줄고요.

세상에 없는 또 다른 것 비밀. “너만 알아라”는 말은 듣는 사람에겐 “너를 통해 소문이 번져도 상관없어”로 들리게 마련이지요. 이 가운데 어떤 것은 비수(匕首)가 돼 돌아오고요.

셋째, 삶에는 정답이 없는데도 많은 이들은 자신만 정답을 안다며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면서 갈등의 씨앗을 뿌리지요. 온갖 철학자, 과학자들이 진땀을 흘렸지만 “사람이 세상을 오류 없이 보는 이성적 동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변별력’을 내세워 정답을 강요하는 수능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 시스템이 사라져야 한다고 보는데,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아이디어가 어울리는 세상이면 개성이 보다 더 존중받고, 사람들이 덜 피곤하겠지요?

물론 인생의 정답이 없으니 어떤 이들은 늘 예쁜 아내, 늘 든든한 배우자, 효자효녀 등이 세상에 없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것 △사연 없는 사람 △쓸모 없는 사람 등이 세상에 없다고 하던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최근엔 한 분이 또 하나의 경구를 메시지로 보내주셨습니다.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가졌다고 다 자랑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자.”

이 말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많이 간직하고, 아는 것보다 적게 말하라(Have more than you show, speakless than you know)”는 말을 누군가가 살짝 바꾼 것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지혜로운 삶을 도와주는 말이지요?

송년회의 ‘한 말씀’ 또는 ‘건배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 해의 끝자락에 이런 명언을 통해 우리 삶을 한 번쯤 짚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떤 경구를 통해 삶을 더 윤기나게 만들 건가요? 여러분의 명언, 함께 나누실 수 있겠는지요?

1923년 오늘(12월 2일)은 미국 뉴욕의 그리스계 이민 가족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태어난 날입니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Una voce poco fa(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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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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