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서 보디빌더로”...8년 전 '이 암' 진단받은 59세女, 어떻게 극복했나
59세 박향자 씨, 암 이기고 피트니스 대회 1등까지..."아프지 않았더라면 이런 도전 생각도 못했을 것"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피트니스 운동이에요. 암 환자였던 제가…. (역설적이게도)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런 도전은 생각도 못 했을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박향자(59) 씨는 유방암 환자였다. 지난 2016년,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의 유방암 수술 소식을 듣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쑥 해본 자가진단에서 혹이 만져졌다. 겁이 덜컥 났다. 곧장 부산 기장에 있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찾아갔고, 정밀 진단을 해보니 ‘유방암 2기’로 나왔다. 다행히 주변으로까지 전이된 상태는 아니었다.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나 하면서 세상을 원망했죠. 하지만 수술 후 회복되는 여러 사례를 보면서 나도 암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극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수술을 받은 후에도 항암치료 8회, 방사선치료 33회. 예상과 달리 치료의 길은 멀었다. 후유증으로 몸이 붓고, 걷기 힘들 정도로 관절통까지 심하게 겪었다.
수술에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까지...후유증 앓다 운동에 도전
'관절 주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면 좋아진다'고들 하기에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부터 시작했다. 매일 8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오전 내내 운동을 계속하자 관절통도 좋아지고 심지어 오랫동안 겪고 있던 불면증까지 조금씩 나아졌다.
“운동을 시작한 지 2년쯤 지났을 때였어요. 피트니스 대회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는 코치에게 ‘나도 피트니스 대회에 나갈 수 있냐’고 물어봤죠.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주치의(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유방외과 이은복 과장)에게도 물었다. 주치의도 “좋은 도전”이라 응원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약 60%는 어깨 관절 움직임 둔화, 팔 근육 손실 등을 경험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수술 후 재활 운동을 하는 것이 환자의 신체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그때부터 딱 마음먹고 대회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대회를 염두에 두고 준비에 나서자 운동량이 많아지면서 너무나 힘들더군요. ‘이렇게 힘든데 계속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헬스클럽 한쪽 구석에서 눈물 흘릴 때도 많았죠.”
그럴 때마다 '다른 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본보기로 꼭 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 결과, 2022년 처음 출전한 'PCA 경남' 비키니 종목에서 2등을 따냈다. 내친김에 운동을 계속해 지난해, '2023 WNC 부산‘ 대회에선 비키니 시니어 종목에서 드디어 1등에 올랐다.
“원래 굉장히 내성적이고 말도 잘 안 하고 참는 성격인데, 내가 살아왔던 생(生)을 완전히 바꿔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가슴에 가둬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삶이 더없이 행복해지더군요.”
’유방암 2기‘였던 박향자 씨, “힘들어도 이젠 일어나 운동하시라"
지금은 유방암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주치의 이은복 과장은 “운동을 하면 체력과 면역력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로감이나 우울, 불면증이 개선되어 암 치료효과가 높아진다”며 “특히 근력 운동은 유방암 치료 후유증 중 하나인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고 했다. 스트레칭이나 요가도 통증을 감소시키고 부종과 경직된 근육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박향자 씨는 “지금도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 주변에 많잖아요? 이들에게 ’힘들어도 일어나 운동하시라‘고 두 번 세 번 힘주어 권한다”고 했다. 그리고 “치료 도중에 주변 사람들 얘기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말고 내가 선택한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100% 믿으라 당부하고 싶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