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항암치료에 NK 면역세포까지 더해지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내년부터 첨단재생의료에 큰 날개짓...글로벌 시장도 노크
사람 면역에 아주 중요한 NK(Natural Killer, 자연살상)세포는 돌격대장이다. 암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달려가 초기 방어선을 구축한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T(Thymus) 면역세포는 암 항원(antigen)을 인식해야만 작동하지만, NK세포는 이런 조건 없이도 암을 바로 공격한다.
그런데도 암이 생겼다는 것은 NK세포 수(數)와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 암과의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자면 NK세포를 보강해야 한다.
하지만 NK세포는 대량으로 만들어내기가 몹시 어렵다. 임상 현장에서 이를 널리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NK세포 중요성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던 세월이 꽤 흘렀다.
마침,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방사선으로 이를 대량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것도 순도(純度) 높은 NK세포다. 올해 일어난 2가지 정황이 이를 대변해준다.
암 치료에 가속도 올릴 NK세포 대량 배양기술 특허... "영남권 최초"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말, 부산 동아대병원과 특별한 계약 하나를 체결했다. 췌장암 환자에 초점을 맞춘 세포치료 임상연구다. 기존에 해오던 ‘표준항암치료’(외과적 수술, 항암제 치료 등)에 NK세포를 병용(倂用)하겠다는 것. 1+1 방식으로 그 효과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
여기 들어가는 NK세포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배양해 제공한다. 특허도 이미 받았다.
NK세포의 잠재력은 더 크다. 상당한 고가이면서도 여러 환자에 널리 쓰기가 어려운 T면역세포 치료제보다 쓰임새가 더 다양해 환자들에게 치료 접근성이 높다. 또 방사선을 이용해 NK세포를 대량배양하는 기술 임상연구는 최소한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은 물론 대구, 경북까지 영남권에선 처음이다.
이를 연구해온 박유수 첨단재생의료연구팀장(의학박사)은 “이번 임상연구가 아직은 ‘안전성’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NK세포를 추가해 암 환자 면역력이 보강되고 암세포를 없애는데 가속도까지 붙일 수 있다면 이는 획기적”이라 했다.
NK세포 배양기술의 산업화 가능성도 이미 엿보았다. 지난 9월엔 한 바이오기업에 기술이전도 해줬다. 혈액에서 NK세포를 분리해내고, 이를 고효율로 대량 증식하는 플랫폼 기술(특허 10-2256272)을 기술료를 받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 10억 원은 정액 기술료로, 나중에 매출이 일어나면 총매출의 3%를 경상 기술료로 더 받는 조건.
NK 면역세포는 몸 장기(臟器)에 붙어있는 간암, 대장암, 위암 간암 등 ‘고형암’뿐 아니라 ‘혈액암’까지 두루 적용할 수 있다. NK세포로 치료제를 만들면 그 적응증이 폭넓다는 얘기다. 대량배양 원천기술을 가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는 NK세포 배양 플랫폼, 내년엔 간암 병용치료”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이미 2022년에 식약처로부터 ‘세포처리시설’ 지정을 받아놓았다. NK세포를 분리하고 이를 활용해 향후 치료제까지 만들 수 있는, 일종의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시설. 방사선을 이용한 NK 면역세포를 대량 배양하는 기술을 축적한 핵심 기반이었다.
이런 실적들 바탕으로 10월엔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정도 받았다. 이제 기반을 다 갖췄다. 암 환자 임상연구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도 바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당장 내년에 간암 환자부터 시작한다. 간암 표준항암치료에 NK세포를 더해 병용 치료하는 것. 그 임상연구 결과에 따라 위암, 대장암, 폐암, 혈액암 등 다른 여러 암종으로도 적용 범위를 빠르게 늘려나가게 된다. 본격적인 도약(take-off) 단계로 들어서는 셈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CAR-NK세포 치료제 개발도...글로벌 시장 노크"
더 나아가선 전 세계가 주목하는 CAR-NK세포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용장(勇將) NK세포에다 CAR(Chimeric Antigen Receptor, 키메라 항원 수용체)라는 고성능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하는 구조다. CAR가 암세포에 착 달라붙어 NK세포가 암을 더 정확하게 제거하도록 돕는다.
게다가 CAR-NK세포 치료제는 CAR-T세포 치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고, 고형암 치료 반경을 크게 넓힐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CAR-T 치료제를 대체할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다.
박유수 팀장은 “CAR-NK세포 치료까지 나아가면 암에 대한 치료 효과는 더 강력해진다”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곳에서 NK세포 치료제 임상연구를 하고 있으나, 아직 공식 출시된 신약은 없다”고 했다. 방사선을 이용한 NK세포 대량배양 플랫폼 기술로 여러 암종의 치료 가능성을 검증하고 더 나아가 CAR-NK 가능성까지 확인한다면, 이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