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고마워”... 임종 앞둔 남편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김용의 헬스앤]

우리나라 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50~60대다. 젊을 때 서로 사랑하며 결혼 반지를 끼워준 부부도 50~60대가 되면 암 투병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례 1)  63세 남편은 동갑인 아내를 최근 요양병원에 보냈다. 남보다 일찍 찾아온 치매 때문이다. 그는 몇 년 동안 외출도 못한 채 집에서 아내를 돌봤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상이 심해지자 주위의 권고로 마지못해 요양병원을 선택했다. 자녀의 독립으로 이제 좀 편할 나이에 부부 모두 병치레, 간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간병 비용도 만만치 않아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사례 2)  58세 아내는 60대 중반 남편의 건강 악화로 걱정이 태산이다. 뇌경색(뇌졸중) 후유증으로 한쪽 몸이 마비되고 말도 어눌하게 한다. 시력도 크게 떨어졌다. 다행히 대소변은 본인이 가리지만 아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외출도 마음대로 못한다. 요즘 친구들이 많이 하는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꾼다.

임종 앞둔  말기 환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1위는?

평소 몸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지낼 수 있다. 너무 흔한 산소나 물이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생활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병이 찾아오고 장애가 남으면 그제야 건강의 고마움을 깨닫는다. 남편이나 아내가 아프면 집안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나이 든 부부에게 ‘사랑’이란 단어가 낯설어도 배우자가 임종을 앞두면 눈물을 쏟는다. 가부장적인 남편은 “여보, 평생 너무 미안했어” 뒤늦게 후회 가득한 말을 반복한다.

이는 다른 나라도 다르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사의 이야기가 최근 외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말기 환자들이 임종 직전 가장 후회하는 1위는 “지난 날 건강하게 보낸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간호사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건강의 소중함’을 내게 가장 많이 얘기한다”고 했다. 말기 환자들은 평소에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대한 후회를 많이 했다. 간호사는 “지금 건강한 사람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몸을 가졌다는 것을 얼마나 놀라운지 깨달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말기 환자들이 후회하는 또 다른 하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다. 평생 살을 맞대고 생활한 배우자에게 너그럽게 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깥에선 호인처럼 행세해도 집에만 돌아오면 아내나 남편의 작은 단점을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둔다. 부부싸움을 할 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흥분을 못이겨 이를 무시하기 일쑤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외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 가족들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암 환자의 절반이 50~60... 생활습관이 너무 중요

젊을 때부터 술, 담배를 안 하고 운동에 빠지는 등 자기 관리가 철저한 남편이 있다. 패스트푸드, 탄산음료를 멀리하는 등 음식도 조심한다. 때론 가족 식단에도 개입해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런 남편이 답답하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노년에 접어들면 진가를 발휘한다.

친구 남편들은 하나 둘씩 병마에 신음하지만 우리 남편은 아직 끄덕 없다. 병치레에 들어가는 의료비가 거의 안 들어 노후 생활비가 절약된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안정된 노후가 흔들릴 수 있다.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하면 1년에 1억이 드는 신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제이기 때문이다. 전 재산인 집까지 팔아야 할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암 사망의 30%는 흡연, 30%는 음식에서 비롯된다. 10~25%는 만성감염, 그밖에 직업, 유전, 음주,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이 각각 1~5%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흡연, 음주, 감염, 나쁜 식생활 등의 위험요인을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바꾸면 암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50~60대가 차지하고 있다. 자녀들이 다 커서 이제 좀 한숨 돌릴 나이에 암이 찾아온 것이다.

여보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마워...”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부부 중 한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배우자의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함께 여행을 다니겠다는 소박한 꿈은 사라진다. 현재 중년 부부는 자녀의 독립 후 20~30년을 둘이서만 살아야 한다. 아파도 자녀에게 간병이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우나 고우나 내 남편, 아내밖에 없다. 생활습관이 나쁜 배우자가 있다면 함께 고쳐가야 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야(건강수명) 한다. 함께 자주 걷고 건강한 음식에 대해 토론도 해보자. 그리고 고마움을 표현해보자. “여보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마워...”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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