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수치 높은데 항생제 안 준 의사, 업무상 과실 있나?

[박창범 닥터To닥터]

 

실제로 항생제사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거나 늦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세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진행하여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가 진료를 하다 보면 발열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렇게 열이 나는 원인은 세균성 감염인 경우도 있지만 바이러스성 감염도 있다. 또한 진균(곰팡이)감염, 결핵이나 악성종양, 류마티스질환 등 여러 질환들도 열이 날 수 있다. 발열원인을 찾지 않거나 못한 상태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을 경험적 항생제 사용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경험적 항생제를 사용하면 항생제사용을 남용하거나 불필요한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항생제사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거나 늦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세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진행하여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항생제를 언제 그리고 어떻게 사용할지는 많은 논란이 있고 실제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흔히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이다. 최근 이렇게 항생제 사용과 관련된 사례가 판결로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59세 남자 A는 내원 3일전부터 발생한 고열과 몸살, 우상복부통증으로 OO병원을 방문하였다. 해당병원 내과의사 B는 A에 대하여 신체검진을 시행한 결과 맥박과 체온은 정상범위였다. 또한 증상원인을 확인하기 위하여 혈액검사, 소변검사 및 간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혈액검사에서는 백혈구수치가 16,900/mm3로 정상에 비하여 올라갔고, 염증과 관련된 C-반응성 단백질(CRP)수치도 높게 나왔다. 하지만 다른 혈액검사, 간초음파검사, 소변검사에서는 특이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의사 B는 환자의 신체검진과 검사결과를 종합하여 A는 급성감염증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증상호전을 위하여 진경제 등을 처방하면서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다시 내원하라고 설명하고 A를 귀가시켰다.

하지만 A는 같은 날 새벽 12시경에 OO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증상악화를 호소하였지만 응급실의사 C는 장염증상에 대한 대증적인 치료를 하였고 증상이 호전되자 A를 귀가시켰다. 하지만 다음날 12시경에 해당 병원 응급실에 호흡과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도착하였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하지만 부검을 시행한 결과 사망원인으로 고려될 수 있는 병변, 손상, 중독이 발견되지 않아 사인불명으로 판단되었다. 검찰은 의사 B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A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하면서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하였다.

1심과 2심 모두 검사결과 감염이나 염증과 관련된 백혈구 수치와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증가하였기 때문에 급성 감염증이 의심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A를 입원시켜 혈액배양검사 및 경험적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였지만 증상에 대한 대증적 처치만 하고 귀가시킨 의사 B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을 인정하면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가 내원당시 시행한 검사에서 급성감염증과 관련이 있는 백혈구 및 C반응성단백질 수치가 높았지만 활력징후가 안정적이고, 간초음파 및 소변검사 등 다른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근거로 A를 급성장염으로 진단하고 입원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수준의 범위를 벗어나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환자 A가 내원당시 활력징후가 정상이었으므로 환자의 상황이 패혈증이나 패혈증쇼크 등으로 인하여 하루 만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게 악화될 것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24.10.25. 선고 2023도13950판결)

최근 대법원은 2023년 대법원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에 있어서 사망과 업무상과실과의 인과관계를 더욱 엄격히 하는 추세이다. 즉 민사소송에서는 업무상과실과 환자의 나쁜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어느정도 추정할 수 있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인과관계와 환자의 나쁜 결과와의 확실한 증명이 부족하면 유죄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최근 의료법이 금고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되도록 개정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2024.8.30일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발표에 따르면 의료분쟁에 따른 형사처벌에 있어서 경찰은 대면조사를 최소화하고 신속히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이 예고되었다. 의료사고특례법이란 책임보험가입을 전제로 필수의료에 한하여 환자에게 일반상해나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의사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사망한 경우는 형사처벌을 경감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중재절차에 참여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만약 진료기록이나 CCTV를 위변조하거나, 감정이나 배상절차를 위한 의료분쟁조정을 거부하거나, 환자의 동의없이 의료행위를 하거나, 다른 부위수술 등 의학적상당성을 현저히 결여한 경우에는 배제된다.

실제 법원의 이러한 판결경향 및 정부의 태도변화는 의료계가 숙원하던 의료사고와 관련된 형사처벌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성은 환자들이 의사들의 업무상과실에 대한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낮춘다는 면에서는 부정적인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의료발전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환자의 권리를 확보할 것인지에 대하여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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