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서툴고 잘 못 놀아"...또래보다 늦는 우리 아이, 크면 나아질까?

아동의 언어, 행동, 감각, 사회성 발달지연의 진단과 치료

# 1.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어눌한 것 같아요. 표현도 잘하지 못하고, 단어도 단순한 것 밖에 못해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놀고 싶을 텐데, 말이 서툴러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요."

준수(4) 엄마 아빠는 요즘 고민이 많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조금 더 크면 나아진다"며 "걱정 말라"하시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벌써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2. "우리 소미(5)는 소리에 유난히 민감해요. 시끄러운 곳에 가면 막 짜증을 내요.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가 촉감 놀이도 싫어하고, 미끄럼틀 타는 것도 무서워한다고 해요. 집에서도 옷 갈아입힐 때마다 울고, 소리치고, 온갖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이런 예민한 감각을 지닌 아이들은 청각, 시각, 촉각 등 여러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불안해 한다. 반대로 또래보다 둔감해 위험한 상황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 3. "우리 아이(희연, 6)는 다른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함께 놀려고 하지 않아요. 대화를 하기 보단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해요. 나중에 학교 가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어려울까요?"

아동 5~10%는 발달지연...병원에선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어린 아이들의 발달지연은 언어 문제가 가장 많다. 하지만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 문제나 다른 아이들과의 사회성 문제도 흔하다. 전체 소아의 약 5~10%에서 이런 문제가 발견된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도 “아동 발달지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조기 진단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발달지연 아동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준수, 소미, 희연이처럼 발달지연 아동은 또래와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친구를 사귀거나 함께 어울리는 걸 힘들어한다. 다른 사람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발달 정도는 사실, 부모로선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과 발달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지만,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이들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시기인 만큼 개인차도 크다.

그래서 발달지연에 대한 평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정밀한 검진을 통해 이루어진다. 부산 순병원 아동발달센터 박예진 원장(소아청소년과)은 “아동의 ‘발달장애(障礙, disability)’와 ‘발달지연(遲延, delay)’은 많이 다르다”면서 “발달지연은 발달 속도가 연령별 평균보다 늦은 것이지만, 발달장애는 심각한 발달지연이 계속되거나, 발달 분리나 이탈 등의 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라 했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발달지연은 아동의 연령, 신체와 언어, 사회성 발달 정도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병원을 찾는 언어 발달지연의 경우, 24개월 전후가 중요한 분수령이다.

아이들은 12개월 정도부터 "엄마" 같은 첫말을 떼면서 말을 시작하는데, ▲18개월인데도 말보다는 몸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경우 ▲24개월인데도 간단한 두 단어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라면 언어 발달지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병원에선 각 성장기별로 그에 합당한 평균적인 언어발달 상황을 평가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5~6세라면 다음 항목들을 점검해본다.

5~6세 언어 발달지연 평가표 일부. [표=순병원 아동발달센터]

아이 키울 때, 침묵은 금(金)이 아니다

언어가 늦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질적인 요인(자폐성 장애, 지적능력 등)도 있겠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엄마 아빠 등 양육자가 아이와 별로 얘기를 하지 않거나, 아이가 뭐가 필요한지 미리 알아서 다 해결해주는 과도한 보살핌도 한 원인이다. 아이가 말할 기회를 빼앗기 때문. TV나, 스마트폰, 테블릿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다음으로 감각처리의 어려움, 문제행동, 사회성 결여, 정서발달 지연 등으로도 부모 걱정은 늘어난다. 박 원장도 “정부에서 하는 영유아검진을 받아보면 평균적인 ‘정상범위’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우선 알 수 있다”면서 “정상범위를 많이 벗어난 경우에는 ‘심화평가’를 권유한다”고 했다.

[사진=부산 순병원]
이런 경우, 대개는 언어검사와 발달검사, 감각통합검사 등 추가 검사를 받게 된다.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베일리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언어발달, 어휘능력, 운동능력, 지적능력 등을 두루 살펴보게 된다.

또한, 집중력이나 수면 문제, 부모의 양육 태도, 공격성이나 비(非)전형적 행동 측정도 가능하다. 감각통합검사를 통해선 여러 감각기능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런 아이들 치료는 아동의 발달 수준과 특성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르다.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기에서 놀이심리상담사, 언어재활사, 작업치료사(감각통합치료)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동참한다.

조현준 아동발달센터장은 “아이들 발달은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다”면서 “여러 전문가들은 마치 마라톤 경주의 ‘페이스 메이커’(pace-maker)처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전문성을 발휘한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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