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들, 왜 알테오젠 문 앞에 줄 서나?
[수요 라운지] '황금알 낳는 플랫폼' 탄생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단독 인터뷰
“2030년대에 들어서면 알테오젠도 조(兆) 단위 연간 매출을 내는 기업 대열에 합류하겠지요. 피하주사(SC) 제형 기술을 여러 다국적 기업에 이전한 데 따른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 수익이 대규모로 들어올 겁니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테르가제 등 몇가지 완제품도 더해져 탄탄한 매출 체질을 갖출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회사의 미래 비전과 외형을 숫자로 알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숫자를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낙관적 전망에 비해 보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월 알테오젠이 미국 MSD와 맺은 '키트루다 SC제형 적용 계약'에서만 4~5년 뒤부터 매년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 가까운 로열티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키트루다 외에 맺은 여러 기술이전 계약을 고려하면 2030년 쯤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처럼 ‘다소 작은’ 숫자를 내놓은 것은 평소 부풀리지 않고, 입 밖으로 꺼낸 말은 기필코 지킨다는 주변의 평가와 들어맞는 대목이다.
알테오젠은 요즘 주식투자자들에게 최고의 화제 종목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2월 21일 9만원대였던 주가가 이달 12일 43만9500원으로 5배가량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23조원대에 올라서며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 급등 배경엔 알테오젠이 2019년 개발한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가 자리하고 있다. 이 물질은 사람 피부층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약물이 흡수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혈관에 주사를 꽂는 기존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꿀 수 있다.
"피하주사제형 기술, 글로벌 주사제시장 게임체인저 될 것"
알테오젠의 ALT-B4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이미 미국 머크(MSD)와 스위스 산도즈, 일본 다이이찌산쿄, 인도 인타스파마 등이 이 기술을 도입해 기존 IV제형을 대체하기 위한 SC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ALT-B4 특허가 지속되는 2040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알테오젠이 손에 쥘 마일스톤과 판매로열티는 천문학적 규모다. 앞으로도 알테오젠은 SC제형을 개발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에 ALT-B4 사용권을 제공하고 댓가를 취하면 된다. 이게 바로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이 아니고 뭘까.
특히 지난 2월 MSD 블록버스터 의약품 ‘키트루다’에 ALT-B4를 독점 사용토록 하면서 알테오젠의 기업 위상이 한단계 뛰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250억달러(약 34조원) 판매된 면역항암제인데, MSD가 키트루다 SC제형을 개발하기 위해 알테오젠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에 따른 계약금과 마일스톤만 약 1조3000억원이며, 판매 로열티는 이르면 2027년부터 10년가량 매년 수천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키트루다 계약을 기점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알테오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어쩌면 시작에 불과하다. 알테오젠은 ALT-B4 기술 수출 협상을 여러 건 진행 중이어서 성과는 계속 이어질 게 분명하다고 산업계는 내다본다. 박 대표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SC제형은 IV제형에 비해 효용성이 엄청나게 크다”며 “글로벌 주사제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SC제형의 효용은 어떤 것인가.
“SC제형의 장점은 다양하다. 환자 입장에선 몇 시간 걸리던 주사 투약 시간을 5분 만에 끝내게 되니 삶의 질이 대폭 향상되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효율이 개선된다. MSD처럼 블록버스터 신약을 보유한 빅파마들은 SC제형을 개발해 특허를 연장할 수 있다. 신약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할 가능성도 크지만 SC제형은 성공이 확실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이런 이유로 IV주사를 SC주사로 대체하는 트렌드는 훨씬 거세질 게 확실하다.”
키트루다, SC제형으로 80% 이상 전환 예상
- 지난 2월 키트루다 계약 당시 MSD가 SC제형 변경 기술의 선두주자인 미국 할로자임을 두고 알테오젠을 선택한 이유는?
“할로자임의 SC제형 변경 기술(PH-20)은 2027년 특허가 끝난다. 그 이후로는 보호받지 못한다. 또한 할로자임은 라이선싱아웃 할 때 약물이 겨냥하는 타겟(표적)에 독점 사용권을 부여해왔다.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에 대해 SC 적용 계약을 할 때도 그랬다. 이 약은 T세포에 있는 단백질인 'PD-1'에 달라붙어 암세포를 억제한다. 그런데 BMS에 PD-1 표적에 대한 독점권을 줬으니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키트루다를 보유한 MSD는 우리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ALT-B4는 할로자임의 PH-20보다 효소의 활성과 열안정성이 좋고 면역원성(체내에서 이물질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은 작아 MSD도 만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카트루다 SC제형이 기존 IV제형을 얼마나 대체하느냐에 따라 알테오젠의 수익도 크게 좌우될텐데.
“키트루다 물질특허가 2028년께 끝난다. 이때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가 나올게 뻔하니 MSD는 그 전에 기존 IV제형을 최대한 SC제형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SC제형은 특허로 보호되므로 장기간 바이오시밀러의 공략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SC제형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028~2029년 80% 이상으로 기대한다. 2020년 출시된 존슨앤드존슨(J&J)의 백혈병치료제 다잘렉스는 SC제형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키트루다 SC제형이 80%를 차지하게 되면 알테오젠이 받을 로열티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키트루다 매출 34조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SC제형 매출(34조원X0.8)은 27조원 이상이다. 여기서 판매 로열티를 3%로 잡으면 연간 8000억원 이상이 수익으로 잡힌다. ALT-B4 원료물질 매출도 매년 700억~1000억원 발생할 전망이다. 로열티가 4~5%라면 연간 1조원 정도다. 1개 품목에서 나오는 로열티 치곤 국내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 된다.
-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식 항암제를 SC제형으로 개발하는 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ADC SC제형은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분야인데, 지금까지는 SC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인관점이었다. ADC는 항체에 사이토톡신, 즉 일종의 독성물질이 붙어있는 건데, 이걸 피하로 투여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수많은 동물실험을 통해 ALT-B4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특허도 냈다. 이제 남은 건 사람을 대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 ADC SC제형 기술이전 협상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기술을 상당 수준까지 끌어올려 놓으니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이날 대전 알테오젠 본사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뉴스를 접했다. “알테오젠, 다이이찌산쿄에 3억 달러(약 4200억원) 규모 ADC SC제형 기술 이전.”
알테오젠은 지난 8일 다이이찌산쿄와 차세대 항암제인 ADC SC제형 개발을 추진하기로 계약했다. 다이이찌산쿄의 ADC 항암제 ‘엔허투’에 ‘ALT-B4’를 적용해 SC제형으로 개발키로 한 것이다. 계약금과 마일스톤으로 3억달러(약 4200억원)를 받으며 판매 후엔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다. 마일스톤 규모는 키트루다에 비해 작지만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방식)로 떠오른 ADC에도 피하주사 제형을 적용하는 시도여서 파급력이 크다. 12일 전화 통화에서 박 대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다양한 ADC SC제형 개발 시도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해외 바이오 전문매체들도 ADC SC제형과 관련해 별도 취재를 하고 싶다는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료와 제품 매출이 7대3 비율 갖춘 회사로 만들 것"
- 급성장하고 있는 알테오젠의 5~10년 뒤 위상과 매출을 숫자로 설명해달라.
“미래 매출과 이익 규모를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변수가 많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상대방과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 로열티비율이 노출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얘기는 들려줄 수 있다. 바이오벤처들이 그랬듯이 알테오젠도 지금까지는 기술수출만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술수출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제품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채우는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다. 장차 글로벌 회사가 될 즈음엔 ‘로열티와 마일스톤 70%+제품 30%’ 비율로 매출을 구성하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매출 목표를 알려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박 대표는 5~10년 뒤엔 조 단위의 연간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되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 제품 매출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올해 허가받은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ALT-BB4)’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테르가제는 알테오젠의 첫 완제의약품이다. 피부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단백질인데, 미용과 성형, 통증완화 등에 사용된다. 이 외에도 현재 지속형 사람성장호르몬과 아일리아(황반변성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을 개발 중인데, 품목허가가 나오면 국내 판매를 직접 맡을 계획이다. 앞으로 알테오젠은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위탁), 판매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