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 12조 투자 조현병 신약 개발 좌초하나

작년 87억 달러에 세레벨 인수 후보물질, 2상 임상 실패

애브비 전경. [사진=애브비]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12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조현병 신약 후보물질이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조현병과 알츠하이머병 정신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엠라클리딘(emraclidine)'이 기대를 모았던 임상 2상 결과 이렇다 할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후속 임상 분석을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소식에 애브비 주가는 12% 급락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조현병 신약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 BMS가 경쟁에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BMS는 올해 9월 유사한 계열 약물인 ‘코벤피(성분명 자노멜린·트로스피움, 개발명 KarXT)'를 성인 조현병 치료제로 먼저 허가를 받으며 승기를 잡았다.

11일(현지시간) 애브비는 엠라클리딘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2상 임상 'EMPOWER 연구' 2건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신병 증상의 급격한 악화를 경험한 성인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회 경구 용법으로 엠라클리딘을 사용했을 때 위약(가짜약)군 대비 이렇다 할 증상 개선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임상에 1차 평가변수인 치료 6주차 조현병 양성 및 음성 증후군 척도(PANSS) 총 점수를 연구 시작 시점 대비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 'EMPOWER-1 연구'에 사용된 엠라클리딘 용량은 10mg과 30mg이었으며, 'EMPOWER-2 연구'에는 15mg 및 30mg 용량이 평가됐다.

엠라클리딘은 애브비가 지난해 12월 정신병 치료제 전문 개발사 세레벨 테라퓨틱스를 87억 달러(약 12조1800억원)에 인수하면서 획득한 후보물질이다. 차세대 항정신병 계열로 평가되는 'M4 선택적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PAM)'로, 기존 약물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도파민 및 세로토닌, 히스타민 수용체에 작용하지 않고 정신병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기대를 모았다.

애브비 관계자는 “이번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후속 임상 진행을 결정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신경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혁신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차세대 조현병 치료제 시장에는 BMS가 먼저 진입한 상태다. 코벤피는 BMS가 정신병 약물 전문 개발사 카루나 테라퓨틱스를 140억 달러(약 18조9300억원)에 인수하며 확보한 신규 파이프라인이다. 하루 2번 복용하는 약물로, 올해 9월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 미국 현지 약값은 한달 투약에 1850달러(한화 약 24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 약물은 높은 안전성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기존 정신병 약물과 달리 살이 찌고 운동 장애가 생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 문제가 적기 때문이다. 통상 조현병은 편집증을 비롯한 망상, 환각 등 여러 정신 이상증세를 유발한다. 이 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 중추신경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반대로 작용이 부족해 음성 증상을 일으킨다. 치료법은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을 사용해 과도한 도파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여기서 문제는 기존 조현병 약물들이 체중 증가 및 운동 장애, 과도한 진정 효과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시켰다는 점이다. 코벤피는 이러한 약물들이 타깃으로 잡은 도파민 수용체가 아닌, 콜린성 수용체를 표적하는 최초의 항정신병 치료제로 학습과 기억, 인지 등과 관련된 무스카린 수용체 M1과 M4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코벤피는 임상에서 보고된 부작용이 메스꺼움, 구토, 변비 등으로 대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도파민 수용체와 비교할 때 M1 및 M4 수용체는 환각과 망상 등 조현병의 긍정적 증상뿐만 아니라 감정 산출, 언어, 동기 부여 및 쾌락 감소와 같은 부정적 증상 개선에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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