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약 '엔트레스토', 한국인 환자 사망 위험 20% 넘게 줄였다
2만7천명 대규모 리얼월드 분석, 유럽심장학회 심부전 학술지 실려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나트륨염수화물)’가 최신 임상평가 결과 한국인 환자에서 사망 위험을 20% 이상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학계 전문가들은 엔트레스토의 주요 처방 대상인 좌심실 박출률이 감소한 심부전(HFrEF) 환자에선 복약 순응도를 적극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당 연구는 국내 환자 2만7천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리얼월드(실제 처방 데이터) 결과로, 발표와 동시에 국제적인 학술지에 게재되며 주목을 받았다.
11일 한국노바티스는 엔트레스토의 한국인 대상 리얼월드 임상 'PARADE-HF 연구'를 통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입원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결과가 세계적인 의료학술지 ≪유럽심장학회 심부전 학술지(ESC Heart Failure)≫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엔트레스토는 공결정(cocrystal) 구조를 가진 안지오텐신 수용체-네프릴리신 차단제(ARNI) 계열 치료제로, 심장에 직접 작용하는 혁신 치료제로 평가된다. 두 가지 경로로 심장 신경 호르몬에 작용하며, 심혈관계에 이로운 'NP' 신경 호르몬은 활성화하는 동시에 심혈관계에 해로운 'RAS'는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2022년에 급성 심부전 입원 환자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으며,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정상보다 낮은 만성 심부전 환자에도 적응증이 추가됐다. 2023년에는 좌심실 박출률 40% 이하 만성 심부전 환자에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다. 특히, 대한심부전학회 심부전 진료지침(2022) 및 AHA(미국심장협회)/ACC(미국심장학회)/HFSA(미국심부전학회)와 ESC(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 RAS 차단제(ACEI, ARB)보다 우선하는 1차 약물로 권고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PARADE-HF 연구는 국민건강보험데이터(2017~2021)를 분석해 실제 임상 환경에서 좌심실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에서 엔트레스토 처방군 1만3483명과 기존 RAS 차단제(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제, RASi, ACE 차단제 및 ARB 포함) 치료군 1만3483명을 1:1 매칭해 총 2만6966명의 1년간 입원 및 사망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다.
주요 결과를 보면, 엔트레스토 치료군은 RAS 차단제 대비 모든 원인의 위험을 줄이는 데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치료 1년 시점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입원을 평가한 1차 복합평가변수는 엔트레스토 치료군에서 49.1%(4726명), RAS 차단제 치료군에서는 64.1%(5525명)로, 엔트레스토 치료군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입원 위험이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차 복합평가변수에서도 엔트레스토 치료군이 치료 1년 시점에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4%, 입원 위험도 23%가 더 낮았다. 엔트레스토의 치료 효과는 50세 이상 남성 및 60세 이상 여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80세 이상 환자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사망 및 입원 위험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유병수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교수(대한심부전학회 이사장)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진행된 연구가 국제적인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전국적으로 표본 규모가 크고 최근 HFrEF 환자들의 실제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좌심실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한 만큼 복약 순응도를 높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엔트레스토는 이번 연구에서도 복약 순응도가 높은 환자에서 치료적 이점이 강조됐다. 추적관찰 1년 동안 실제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은 비율(PDC)을 바탕으로 복약 순응도에 따른 RAS 차단제와 차이를 비교한 결과, 1차 평가변수에서 엔트레스토 복약 순응도가 80%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사망 및 입원 위험이 25%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80% 미만의 낮은 순응도를 보인 환자군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입원의 경우 복약 순응도 80% 이상에서는 엔트레스토군이 26% 더 감소했으나, 역시 80% 미만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높은 복약 순응도가 심부전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조연진 한국노바티스 심혈관사업부 전무는 "이번 데이터는 고령화로 유병률이 증가하고 사회경제적 부담이 늘어가는 한국의 심부전 치료환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심부전 환자들의 입원과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