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요법의 대변신...“암세포 찌꺼기 ‘젖산’ 막아라!”
“기진맥진한 면역T세포 되살려, 항암면역요법으로 활용”…‘네이처 면역학’에 연구결과 실려
암세포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젖산 등 대사 부산물을 내보낸다. 암과 싸우는 힘을 잃어 지친 면역 T세포는 젖산 등을 소비함으로써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한다. 암세포의 대사 부산물인 젖산 등 찌꺼기를 세포로 운반하는 단백질을 차단해 T세포가 다시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새로운 항암면역요법이 개발됐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암세포가 만든 대사 부산물이 종양 미세환경으로 배출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항암면역요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그렉 델고프 교수(면역학, 종양미세환경센터 소장)는 "종종 지친 T세포를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만, 종양 미세환경의 나쁜 영향을 차단하면 지친 T세포도 활력을 되찾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성화한 T세포의 항암 효과는 암에 걸린 생쥐모델에서 확인했다. 억제성 대사산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면역체계를 다시 활성화하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면역 T세포는 종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공동 억제 수용체'의 발현으로 항암 능력을 점차 잃는다. 암과 싸워 죽이는 기능이 일부 남아 있는 '전구 T세포'(전 단계의 T세포)는 말기 소진 상태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인 항PD1, 항CTLA4 등 대부분의 항암면역요법은 공동 억제 수용체를 차단해 이런 브레이크를 무력화하려고 시도한다.
델고프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많은 암 환자에게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실패도 적지 않았다.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암 치료의 판도를 확 바꾸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친 T세포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영양분을 세포로 운반하는 단백질군(용질 운반체)을 조사했다. 델고프 교수는 “지친 T세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측면에서 폭넓게 연구돼 왔다. 하지만 지친 T세포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영양소를 이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고 그것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젖산을 받아들이는 특정 용질 운반체(MCT11)가 말기 소진된 T세포에서 전구 세포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증가하고, 젖산이 기능 상실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생쥐에서 MCT11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삭제하거나 단클론항체로 단백질을 차단했다. 그 결과 흑색종, 대장암, 두경부암 생쥐 모델에서 T세포가 젖산을 덜 섭취하고 기능과 종양 조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CT11 항체를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에도 생쥐의 종양 제거를 촉진했지만, 이를 항PD1과 병용했을 때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에 의하면 T세포의 고갈을 유도하는 ‘공동 억제 수용체’가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해당한다면, 젖산은 먼지와 미립자로 오염된 질 낮은 가스로 차량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MCT11을 차단하면 T세포의 기능을 방해하는 젖산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다. 질 낮은 연료를 판매하는 주유소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면, 자동차가 성능을 향상시키는 더 좋은 연료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Dysfunction of exhausted T cells is enforced by MCT11-mediated lactate metabolism)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