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도 없이 피로감만"...비흡연자 50대女 폐암 4기, '이것' 탓이었다

EGFR 돌연변이 있는 것으로 확인…평소 채식주의에 요가 즐겨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인 없는데 폐암에 걸린 멜라니 얼윈(왼쪽). [사진=더 미러]
영국에 사는 50대 여성이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데 폐암 4기를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평소 채식을 즐겼으며 요가를 열심히 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켜왔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멜라니 얼윈(57)은 평소와 다른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그는 피로의 원인이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인 ‘롱 코비드’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원 검사 결과 그는 폐암 4기였으며 치료조차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얼윈은 “폐암의 대표 증상 중 하나인 기침조차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저 피로만 있길래 코로나 후유증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평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한 그는 검사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며 “주변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담배 한 번 피워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폐암에 걸렸다는 게 다들 충격적이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얼윈은 EGFR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비흡연자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폐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얼윈은 현재 암세포의 성장을 막기 위해 치료를 받으며 투병 중이다.

오염된 공기 자주 접하면 비흡연자도 폐암 걸릴 수 있어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지만 얼윈과 같이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 없는 사람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비흡연 폐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대기오염이나 조리흄과 같은 실내 공기 오염, 라돈 노출 등이 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폐섬유화증 등 기존 폐 질환이 있는 경우도 폐암 발병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암 발생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이 발견된다. 얼윈과 같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가진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표적치료제가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EGFR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분자 유전학적 검사가 적절한 치료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GFR은 정상세포의 분화, 발달, 증식을 조절한다. 그런데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면 암세포가 증식하고 세포가 자연스럽게 사멸하는 것을 막는다. 전체 폐암의 80~9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40% 정도에서 EGFR 돌연변이를 보인다.

초기에는 증상 거의 없어…3기까지는 수술로 치료 가능

폐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초기에서 말기로 갈수록 기침과 가래, 객혈, 숨참,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폐암이 뇌로 전이되면 두통이나 몸 일부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 변화가 올 수 있고 뼈로 전이되면 해당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심하면 골절될 수 있다. 간, 부신에 전이되면 둔한 통증이나 기운이 떨어지는 전신 쇠약감이 나타날 수 있다.

폐암은 1기부터 3기 초반이면 수술로 치료한다. 특히 1기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술로 폐 병변과 림프샘 일부를 절제하면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 병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2기와 3기는 주로 항암 화학요법이나 면역 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재발 가능성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수술 후 표적치료제 장기 복용도 재발 예방에 도움된다. 폐암 4기에는 항암 화학요법이 주된 치료다. 방사선 치료를 같이 하기도 한다.

공기 안 좋은 곳에서 마스크 착용하고 요리 중에는 창문 열고 후드 켜야

폐암을 예방하려면 금연은 필수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80배 크다. 오염된 공기나 미세먼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먼지가 많이 날리는 곳에서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특히 비흡연 여성 폐암은 요리 중 발생하는 매연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생선이나 고기 속 단백질이 탈 때 발생하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 기름이 탈 때 발생하는 ‘벤조피렌’ 등의 발암물질이 호흡기로 들어가 폐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들을 ‘조리흄(Cooking Fume)’이라고 하는데, 특히 요리를 많이 하는 가정주부나 급식실 조리사 등이 취약한 편이다. 실제로 대한폐암학회가 비흡연자 여성 폐암 사례를 조사한 결과, 주방에서 시야가 흐려질 정도의 요리 매연이 발생할 때 폐암 위험은 약 2.7배 높아진다. 또 기름을 사용한 요리를 주 4회 이상 하면 폐암 위험이 약 3.7배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요리를 할 때 연기를 빨아들이는 후드와 공기 속 유해 물질을 걸러 주는 공기청정기 등을 켜 두고, 동시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요리를 끝낸 후에도 창문을 30분 이상 열어 둬야 유해 물질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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