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와 암세포 구별"...'이것'으로 뇌종양 위치 찾아낸다?
뇌세포와 암세포 구별하는 우표 크기 칩 활용한 종양제거술 임상시험 앞둬
강철보다 200배 강하지만 원자 한 개 두께에 불과한 그래핀으로 만들어진 우표 크기의 칩으로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법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이 뇌 칩은 건강한 신경조직과 암세포의 전기방출 차이를 비교한 전기 방출의 차이를 통해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그래핀은 20년 전인 2004년 러시아 출신의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인 안드레 콘스탄틴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발명한 육각형 벌집 모양의 2차원 평면 결정 구조의 탄소동소체다. 탄소동소체로는 흑연. 다이아몬드, 풀러렌 등이 있다. 두 과학자는 이 발명으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인 단결정 규소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 전도성이 높으며, 탄성도 뛰어나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그래핀의 놀라운 전도성을 활용해 새로운 전기 및 자기 센서와 기타 장치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현재 영국 왕립샐퍼드병원에서 시험 중인 뇌 칩은 의학계의 첫 번째 성과로 꼽힌다. 연구진의 일원인 영국 맨체스터대의 코스타스 코스타렐로스 교수(나노의학)는 “그래핀 기반 의료기기로 세계 최초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핀을 활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는 이전에는 감지할 수 없었던 주파수를 사용해 뇌 세포의 전기 자극 모니터링을 혁신하기 위해 국제적 연구진이 설계하고 제작됐다. 코스타렐로스 교수는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구별하여 뇌종양 수술이 매우 정확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용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매년 1만2700명 이상이 뇌종양 진단을 받고 연간 5000명 이상이 뇌종양으로 인해 사망한다. 한국의 경우 매년 2000~4000건이 신규 발생하며 현재 환자 수는 약 2만 명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세포는 전기자극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우리의 생각, 행동. 세계 인식의 기초가 되는 과정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뇌에서 방출되는 전기신호 감지가 필수다. 현재 기술로는 매우 낮은 주파수와 매우 높은 주파수의 신호는 감지하지 못한다. 중간 범주 주파수의 전기신호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래핀을 활용한 BCI 장치는 “매우 높은 주파수와 매우 낮은 주파수를 포함하여 뇌의 광범위한 전기 신호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고 코스타렐로스 교수는 설명했다. 환자의 두개골 일부를 제거하고 수천 개의 전기 접점이 있는 작은 웨이퍼 두께의 칩을 뇌 위에 올려놓는다. 송신기가 전기 신호를 보내 뇌의 세포를 자극하면 작은 수신기가 그 반응을 포착한다.
코스타렐로스 교수는 “암세포는 숙주 신경세포와 달리 칩이 발산하는 전기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술팀은 BCI 장치를 통해 암세포에 매우 가까운 신경세포를 식별할 수 있다”며 “그래핀 칩의 신호에 따라 병든 세포를 보다 정확하고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세포에서 나오는 초고주파 및 극저주파 신호를 감지하는 BCI 칩의 능력은 다른 이유에서도 중요한다. 뇌졸중과 간질 발작의 경우 뇌의 영향을 받는 부위의 세포에서 매우 낮은 주파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핀 칩 기술은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탐구할 수 있게 해준다. 코스타렐로스 교수는 “그래핀의 놀라운 특성을 활용하는 이 기술은 뇌의 외과적 개입을 지시하고 뇌의 세포가 질병 상태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