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흑색종 신속 진료 프로그램 가동

화요일 오전 흑색종 전문 진료시간 마련…진료 후 1주 이내 치료 시작

오병호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이 흑색종 신속 진료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흑색종 환자만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시간을 마련해 대기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진료 후 1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흑색종은 피부색소를 생성하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 발표한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발생 피부의 악성흑색종 환자 수는 688명으로 1999년 217명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했다. 2015~2019년 5년 생존율은 63.9%로 예후도 나쁘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흑색종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고 손발에 있는 단순한 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치료가 늦어질수록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높고 언제 어디에서 증식할지 예측이 어렵다. 확진받은 순간 빠른 치료 시작이 필요한 이유다.

세브란스병원은 흑색종 다학제진료 시스템도 강화한다.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병변 부위의 완전절제뿐 아니라, 림프절 생검 등을 통한 전이 부위 확인과 병기 설정, 수술 후 항암·방사선치료의 연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피부과를 중심으로 여러 임상과가 최단 시간 안에 빈틈없이 필요한 모든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피부과에서 흑색종을 제거하고, 림프절 전이는 부위별 전문과에서 절제한다. 흑색종이 머리와 얼굴에 생기면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에서 경부림프절을, 팔과 손에 생기면 유방외과에서 액와림프절을, 하지에 발생하면 이식외과에서 서혜부림프절 절제를 시행한다. 이후 혈액이나 림프계를 통해 빠르게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치료를 실시한다.

우수한 다학제진료로 신체를 보존하면서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는 환자 사례도 많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태국에서 일하고 있는 김 모씨는 왼쪽 발바닥 점이 점차 커지는 것을 발견했지만 현지에서 병원을 찾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발바닥 병변에서 피가 나고 사타구니에서 덩어리가 만져지자 한국으로 돌아와 조직검사를 했고 악성흑색종이 다른 부위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흑색종클리닉을 찾은 환자는 모즈미세도식수술로 발을 완전히 보존하면서 발바닥의 흑색종을 제거했다. 이 수술은 종양 경계를 중심으로 조직을 최소한 제거하고, 제거된 조직의 모든 경계부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남은 종양세포가 있는지 확인한 뒤 봉합하는 수술이다. 이후 환자는 이식외과에서 두차례 사타구니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으며,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방사선치료, 종양내과에서 표적치료를 진행했다.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재발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미국모즈수술학회(American college of Mohs surgery)에서 공인받은 국내 유일 피부외과의사인 오병호 교수는 “흑색종은 중기에 이를수록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는 질환인 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손가락, 발가락의 기능을 보존하는데 초점을 맞춘 수술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학제진료 시스템에 기반해야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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