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출시될 '레켐비' 안전성 논란에...치매학회 "부작용 우려할 정도 아니다”
"동양인, 뇌출혈·뇌부종 등 부작용 적은 편"
다음 달 국내 출시 예정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안전성 논란과 관련해 대한치매학회는 부작용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2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성혜 치매학회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출혈이나 뇌부종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사례는 많지 않다"며 이 같이 전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치료제로, 뇌 속에 신경 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응집되는 것을 막아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춘다.
레켐비 임상 3상 연구(Clarity AD) 결과, 알츠하이머 진행을 27%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인정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5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의 알츠하이머병(초기 알츠하이머) 성인 환자 치료제로 허가했다. 레켐비는 2주 1회 정맥 투여하는 주사제로,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허가됐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호주에서 허가되지 못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7월 레켐비의 시판 허가 거부를 권고했다. 임상 3상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때 뇌에 일시적으로 부기가 확인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EMA에 따르면, 일부 환자는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뇌출혈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임상과정에서도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3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했다. 호주 연방의약품 관리국(TGA)도 레켐비의 효능이 안전성 위험보다 크지 않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다. 특히 EMA와 마찬가지로 ARIA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했다.
여기에 식약처 허가 때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검토 없이 허가를 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되는 등 불신 섞인 시선이 국내 출시를 앞둔 레켐비로 모아졌다.
이러한 우려에 최성혜 이사장은 “뇌출혈이나 뇌부종 등 부작용 사례는 많지 않다”며 “특히 동양인에게서 부작용 사례는 절반 정도로 적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비율은 26.4% 수준이었으나, 아시아인(한국인 128명 포함)만 놓고 보면 303명 중 12.4%로 절반 이하였다. 뇌부종 비율도 전체는 12.6%였으나 아시아인은 6.5%로 절반 수준이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인 점을 최 이사장은 우려했다. 일본의 경우 연간 27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최 이사장은 “고가일 뿐만 아니라 국내 전문가들도 사용 경험이 많지 않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며 “학회도 이를 함께 고려하면서도 처음으로 나온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고 잘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켐비 임상 한국인 결과 최초 공개...한국인 부작용 덜해
이번 학술대회에서 박기형 교수(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한국인들의 레켐비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실험 데이터에서 한국인 참여 집단 분석 데이터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다른 집단과 대체적으로 결과는 비슷하지만 부작용은 한국인에게서 적게 나타났다. 특히 뇌의 혈관성 부종 및 혈관외 삼출물 현상이 관찰되는 'ARIA-E'가 적게 나타난 것이 특이한 결과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3상 연구에서 약물 이상반응 발생은 전체 26.4% 대비 한국인은 13%, 일본인은 10%였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약을 안 써도 문제 없거나 24시간 이내 약을 쓰면 문제 없는 그레이드 1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뇌의 혈관성 부종 및 혈관외 삼출물 현상이 관찰되는 'ARIA-E' 발생은 전체 12.6% 대비 한국인은 5.6%에서만 나타났다. 박 교수는 “아시아인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을 보였으며, 증상적으로도 경증이었다”고 언급했다.
미세출혈 및 혈철소증(체내에 철이 과잉으로 침착된 것)을 소견으로 하는 'ARIA-H'도 한국인은 전체 대비 낮았으며, 증상적 발생은 0%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박 교수는 “지금으로선 정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우며,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단은 모집단이 적기 때문에 적게 나타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