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인터넷 건강 정보를 얼마나 신뢰할까?

[Mia의 미국서 건강 챙기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통계 지식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코딩을 잘 할 줄 알면 경쟁력이 더 생긴다.

미국에서 공부 중인 필자는 언제나 청개구리처럼 군다. '질적 연구' 수업을 듣기로 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학과 분위기가 통계를 중시하는 '양적 연구'에 집중되어 있으니 질적 연구 수업을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지도교수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었다. 하나를 아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둘 다 익히는 것이 앞으로 더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적 연구에는 다양한 방식의 연구가 있다. 문화기술적 연구, 케이스 사례 연구, 내용 분석, 인터뷰 등.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연구 방식은 단연 인터뷰다. 사회과학은 인간의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사람들에게 질문하지 않으면 인간의 심리를 알 수가 없으니 인터뷰가 가장 흔하게 쓰이는 연구 방식이라는 점은 당연지사다.

필자는 넘쳐나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과연 건강 관련 정보를 어떤 매체를 통해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시간적,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간단한 탐색적 연구로 방향을 잡았다. 주로 주변 지인들을 인터뷰이로 섭외했다.

그렇게 모집한 인터뷰 참가자는 미국인 3명과 중국인 2명이다. 미국인 중엔 22세의 젊은 친구도 있었고, 필자와 함께 공부하는 늦깎이 박사과정 학생도 2명 있었다. 중국인 2명은 20대 젊은이였다.

이들의 대답은 대체로 비슷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인터넷 정보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미국인 윌리엄 밀러 씨(46)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건강 정보를 가장 신뢰하는 편이다”면서 “인터넷에서 마주치는 건강 정보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고 했다. 중국인 이차 왕 씨(22)도 “인터넷에서 얻는 건강 관련 정보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잘 믿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미국인들은 주치의 시스템 덕분인지 처음부터 인터넷 건강 정보에 덜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인들은 가족 단위로 일반의를 지정한 후 일반의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일반의와 상담한 뒤 전문의 진료 여부를 결정한다.

주치의제도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에겐 다소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대목일 것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데이비드 디드리치 씨(22)는 “건강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먼저 나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치의에게 물어본다”며 “주치의는 건강 정보가 내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해주고 직접 대화해주는 존재”라고 했다.

중국인들은 우리와 좀 더 비슷해보였다. 인터넷부터 검색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전웬 후 씨(25)는 “몸에 이상이 있거나 건강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부터 찾아본다”면서 “공신력 있는 사이트 등을 찾아보면서 궁금증을 해소한다. 하지만 공신력이 미심쩍은 건강 정보는 조심스러운 편이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인터넷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도 거기에 의존하는 것일까? 아마도 기존 전통적인 매체와 달리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고,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AI가 등장하면서 건강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용이해졌다.

밀러 씨는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제공하는 건강 정보 관련 기사나 프로그램을 더 신뢰하지만, 일부러 건강과 관련한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찾아보진 않는다”면서 “건강 관련 정보를 알고 싶을 때에는 주치의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다면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는 게 편리하긴 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터넷에 의존하면서도 정보 자체를 의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인터넷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광고성, 홍보성, 잘못된 정보에도 무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것들은 점점 더 교묘하게 우리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스캇 생크 씨(44)는 스스로 광고와 실제 정보를 잘 구분한다고 확신했지만, 정말 감쪽같이 속을 뻔한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한 의료 관련 정보가 있었다. 정말 잘 쓰여졌고, 연구 결과도 체계적으로 잘 나와 있었다. 순간적으로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 읽었다.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는데, 작은 글자로 쓰인 광고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순간 놀랐다. 이 광고 문구를 보지 않았더라면, 철썩 같이 믿었을 것 같았다. 그 광고를 본 이후로는 인터넷에서 건강 정보를 보면 의심부터 한다. 정말 믿을만한 정보인지 스스로 의문을 품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면서도, 인터넷 정보에 대한 신뢰감 또한 점점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AI를 활용해 만들어내는 거짓 정보와 가짜뉴스까지 인터넷을 달구니 더욱 그렇다. 건강 정보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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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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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e*** 2024-10-31 13:16:18

      기자님께서 정말 중요한 내용을 다뤄주셨어요!! 요즘 시대에 정말 필요한 3가지가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에, 공교육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세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합리적 의구심 (2) 논리적 사고 (3) 출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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