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목 디스크, 아이는 거북목

스마트폰 시대, 현대인 괴롭히는 척추병들

"아빠, 나 목이 너무 아파. 밤에 잠도 못 자겠어."

#1.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중3 딸, 수민이의 한숨이 깊다.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연락, 취미 생활까지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수품. 하지만 그런 편리함 뒤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 경남 창원의 고2 민수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학교와 학원을 이어가며 하루 10시간 이상 수업 듣고, 사이사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살다 보니 자연스레 목이 앞으로 나오고 어깨가 굽었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거북목 증후군, 단순한 자세 문제가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을 스마트폰이 지배하면서 ‘거북목’ 또는 ‘일자목 증후군’(Forward head syndrome)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히려 ”흔하다“고 해야 할 지경. 25~42세, 한창 활기차게 일할 연령대 사람들의 70%가 거북목 상태라는 조사도 나와 있다.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 숙이는 자세를 오래 하게 되면 목뼈가 정상적인 C자 곡선을 잃고 일자형으로 변한다. 자세가 불량하기 때문으로 단순히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목과 어깨 통증뿐만 아니라 두통, 집중력 저하, 디스크, 심지어는 호흡 곤란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1년에 2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2020년에 이미 221만 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넘어섰다.

특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를 보면 ‘초등 3학년’부터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TV 보는 시간보다 많아진다고 나와 있다. 거북목증후군이 이때부터 서서히 생기기 시작하는 셈이다.

몸을 똑바로 세운 차렷 자세에서 머리 무게는 5kg 정도 하중을 갖는다. 그런데 15도 정도 고개를 숙이면 머리 하중이 12kg로 커진다. 다시 고개 숙인 각도가 30도, 45도, 60도로 증가하면 머리의 하중도 18kg, 22kg, 27kg으로 증가한다.

[사진=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캡처]
그런데 스마트폰을 볼 땐, 우리는 보통 고개를 37도에서 47도 정도 숙인다. 이 때문에 목을 지지하는 근육, 인대, 관절에 평상시의 3~4배 정도 하중이 더 가해지는 셈이다.

거북목이 되면 차츰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깨와 목 주위가 뻐근하며 아프다 ▲때론 허리나 팔에도 통증을 느낀다 ▲등이 앞으로 굽는 라운드숄더자세(Round Shoulder Posture)가 오고, 키가 작아 보인다.

또 민수나 수민이처럼 ▲잠을 자도 피곤하고 목덜미가 불편하다는 것부터 ▲자주 어지럼증을 느끼고 두통이 있다 ▲눈이 뻑뻑하고 건조하다 ▲불안, 짜증이 생기고 불면증이 동반된다는 것까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난다.

아빠의 경험, 딸에게 경종을 울리다

안타깝게도 수민이 아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목과 어깨 통증을 느꼈고, 병원 검사 결과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사실, 거북목을 내버려 두면 목 디스크도 있겠지만, 드물게는 등뼈 후만증 등 다른 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목 디스크는 목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른다. 또 등뼈 후만증(後彎症, kyphosis)은 양어깨가 앞으로 굽어 웅크린 자세가 되면서 가슴의 폐와 심장을 압박한다. 흔히 나이 들면서 노화 때문에 생긴다던 이런 병들이 최근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창원제일종합병원 윤석환 이사장(신경외과)은 "거북목이 계속되면 목뼈 주변의 근육과 인대, 디스크의 미세 손상 및 노화로 이어진다"며 "작은 충격에도 부상이 쉽게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목 뒤쪽 인대가 약화되고 불안정해지면서 차츰 목 디스크나 목의 후관절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학생들은 거북목으로 목과 어깨에 통증이 생기면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등이 굽는 후만증까지 겹치게 되면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가슴을 압박해 숨이 가빠지면서 운동 능력도 떨어진다. 게다가 청소년기에 많이 생기는 ‘특발성’ 척추측만증(側彎症, Scoliosis)까지 겹쳐지면 학생들의 척추 상태는 그냥 내버려둘 일이 아니게 된다.

윤 이사장은 “초기 상태에는 물리치료, 도수치료,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된다”면서 “학생들이 건강검진을 받을 때 목, 가슴, 허리 등의 척추 문제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면 어른이 되며 악화할 여러 질환을 미리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 했다.

물론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무작정 스마트폰 보지 말라 할 순 없다.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이 스마트폰 의존적이기 때문. 하지만 아이들 척추 건강을 위해선 본인은 물론 가정도, 학교도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면서 올바른 자세를 교육하고 이를 습관화하도록 돕는 것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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