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충고에도 욱하고 화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불뚝성미 원인과 해결법
A씨는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가 업무에 대해 지적하면 욱해서 대들곤 했다. 이런 ‘불뚝성미’ 때문에 직장도 몇 번 옮겼다. 그는 부인과의 대화에서도 걸핏하면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욱하는 횟수와 분노의 폭발 강도가 갈수록 심해져 심리상담소 문을 노크했다.
‘불뚝성미’는 타고난 성격 탓이라고 방치해선 주위와 마찰을 빚다 사고를 낼 수도 있다. 반면, 분노의 실체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다스리는 훈련을 하면 자신은 물론, 주위가 평화로워진다.
분노라는 감정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위협, 좌절, 불공정함 등을 경험할 때 나타내는 강렬한 정서적 반응이다. 분노는 기본적으로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감정으로, 자신을 방어하고자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보호하려는 본능적 반응이다. 그러나 분노 감정을 건강하고 적절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개인과 대인 관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왜 쉽게 화낼까?
▶취약한 자기 존중감의 결과: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못하면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서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끼기 쉽고, 이러한 감정이 즉각적 분노로 이어진다. 자신의 취약한 내면을 방어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화를 내는 것.
▶과도한 방어기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 내면에서 자신을 비판하고 평가하는 내적인 작동 모델이 작용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을 왜곡하는 경향이 강하다. 눈길만 마주쳐도 “왜 째려봐”하면서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하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 과정에서 분노를 폭발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
▶자기 통제력 부족: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약하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므로 자극적인 상황에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화를 내며, 분노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내면의 불만과 좌절감: 이런 사람은 자신에 대해 늘 불만족을 느끼며, 이는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이 좌절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억압된 감정으로 쌓여, 작은 자극에도 폭발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좌절감을 타인에게 전가하며 폭력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분노를 사회적으로 인정된 방식으로 건강하게 표현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안정감: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기 존중감이 강한 사람은 남이 비판해도 부정적 피드백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비판을 자신의 전반적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자극적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감정 인식과 표현 능력: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분노를 느끼더라도 이를 억누르거나 폭발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차분하게 전달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대화나 협상의 형태로 나타나며, 분노를 건설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높은 자기 통제력: 이들은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감정적 자극을 받더라도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상황을 분석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는다. 이들은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통제하고 감정을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도 적절하게 반응하며, 타인의 처지에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게 만든다. 이들은 타인을 비난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다.
자존감 낮은 사람이 분노를 건강하게 표현하는 길
▶자기 알아차리기 훈련: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분노를 느끼는 순간 그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분노의 근원인 자신의 사고나 생각을 인식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자기 인식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그 원인을 객관화하는 자기인식 훈련이 도움이 된다.
○감정 일기 쓰기: 자신의 분노 감정을 느꼈던 상황을 기록하며, 무엇이 그 감정을 촉발했는지, 어떤 생각이 그 뒤에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자주 분노를 유발하는 특정 상황이나 자극을 인식할 수 있다.
○마음챙김(Mindfulness) 훈련: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을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식하게 해주며, 더 차분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지 재구성 훈련: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부정적 자동적 사고(negative automatic thoughts), 즉 “다른 사람들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생각을 알아차리고 현실적 사고로 바꾸는 것을 ‘인지 재구성’이라고 하며,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로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동적 사고에 도전하기: 분노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왜 이런 생각이 들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생각이 실제로 얼마나 타당한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비판할 때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비판은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라, 개선의 기회일 수 있다"라고 사고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자기 대화 연습: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비판적 사고를 자주 한다. 이러한 사고를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자기 대화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완벽할 필요는 없다"와 같은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자기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한다.
▶이완 기법 훈련: 화가 날 때 신체적 반응을 통제하는 것은 분노의 강도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완 기법은 즉각적인 분노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심호흡: 분노가 느껴질 때 심호흡을 통해 신체의 긴장을 완화한다.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키고, 천천히 내쉬면서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이는 분노를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방지하고, 더 차분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한다.
○근육 이완 훈련: 체내의 긴장을 풀기 위해 특정 근육을 의식적으로 긴장시켰다가 이완하는 과정을 통해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방법이다. 이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동시에 완화해 분노를 건강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분노 표현 대화 기술 습득: 분노를 억누르거나 폭발적으로 표출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대화 기술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중심의 대화: 분노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화가 났어"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이 상황에서 당황스럽고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어"라고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하고,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다.
○적극적 경청: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말을 중단하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그들의 입장을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분노가 더 크게 확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분노 때문에 늘 주위와 마찰을 일으키던 A씨를 심리상담했더니, 자존감이 낮아 비판을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해석하며,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 과도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우선, 인지 재구성 훈련을 통해 비판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꾸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더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었고, 분노가 발생할 때마다 심호흡과 이완기법을 통해 신체적 반응을 조절하는 연습을 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나' 중심의 대화로 표현하며 갈등 상황에서 더 건설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자존감도 서서히 향상됐다.
결론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분노를 건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기 인식 훈련, 인지 재구성, 이완 기법, 대화 기술 습득, 그리고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결합하여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분노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고 이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