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ADC '트로델비' 방광암 개발 중단..."삼중음성 유방암 집중"

미국서 방광암 적응증 가속승인 철회...3상 발표 후 5개월만 결정

트로델비 제품. [사진=길리어드]
항바이러스제 전문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이하 길리어드)가 항암 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가 유방암에 이은 방광암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방광암을 겨냥한 임상 3상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늘리는 유의미한 혜택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결국 처방 적응증 확대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길리어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논의를 통해 트로델비를 방광암 치료에 사용하는 방안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FDA는 2021년 트로델비를 방광암 적응증으로 사용하기 위한 조건부 승인을 내렸지만, 이후 진행된 'TROPiCS-04 연구' 결과 방광암 환자에서 이렇다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철회 결정은 임상 결과가 공개된 올해 5월 이후 5개월 만에 내려졌다.

길리어드는 성명을 내고 "방광암 치료를 위해 트로델비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방광암은 유방암 시장 매출보다 작은 상황이라 타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트로델비는 유방암 분야에서 2030년까지 1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현재 트로델비는 길리어드가 암 치료 시장에 안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종양세포에서 관찰되는 세포표면항원 Trop-2 단백질에 결합하는 최초의 ADC 약물로 분류된다. 이 단백질은 85% 이상의 유방암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암종에서 높게 발현된다. 트로델비는 표적 세포에만 독성 약물을 전달하기에 건강한 세포에 입히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항암 효과를 높인다.

국내에서도 작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두 번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mTNBC) 환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으로,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임상 양상을 보인다. 다른 유형의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30%인데 반해, 삼중음성 유방암은 12%에 불과하다. 특히, 전이와 재발 위험이 높고 뇌(30%)나 폐(40%)로 전이가 많아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길리어드는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에 초점을 맞춘 3상 임상의 주요 결과가 연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트로델비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병용하는 임상도 유방암과 폐암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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