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색 국자 버려야 하나?"...검정 플라스틱이 '암 유발' 한다고?

사용 금지된 브롬화 난연제(BFRs), 플라스틱 재활용되면서 다시 주방용품, 장난감, 사무용품 등으로 유입, 시중 제품의 85%에서 검출됐다는 연구결과 발표

가정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검은색 주방 조리 기구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포함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정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주방 조리 기구, 특히 검은색 플라스틱 제품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포함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비영리단체 독성 없는 미래(Toxic-Free Future)의 과학 및 정책 매니저인 메간 리우 박사팀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비자 제품 203개를 대상으로 브롬화 난연제(BFRs, Brominated Flame Retardants)를 검사한 결과, 독성 수준의 '암 유발 화학물질'이 발견됐다고 환경과학분야 국제 저널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최근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주방 용품, 테이크아웃 용기, 어린이 장난감에 사용되는 '검은색 플라스틱'에 독성 수준의 브롬화 난연제가 함유돼 있었다. 제품 85%에서 BFRs가 발견됐으며, 총 농도는 최대 22,800ppm에 달했다. 그 중 발암 가능성이 있어 금지 물질이 된 데카-BDE도 검출됐다.

브롬화 난연제는 △플라스틱 △전기 △전자회로 소자 △텔레비전 △건축자재 등 산업계 전반에 널리 쓰이는 소재다. 미국 환경 보호국에 따르면 BFRs는 플라스틱, TV, 전자제품에서 흔히 발견되며 고성능 효율과 저렴한 비용으로 인해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되는 난연제 그룹이다. 이 화합물들은 불에 잘 타지 않게 만드는 성능이 뛰어나고 비용이 저렴해 대개 화재 예방을 위해 사용되고, 다양한 제품에 들어가 있지만 현재는 가정용 제품에는 대부분 사용이 금지됐다.

데카-BDE(deca-BDE)은 BFRs 중 하나로, 주로 전자제품과 플라스틱 제품에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며, 발암 가능성, 내분비계 교란, 신경 독성 등의 유해성이 제기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금지되거나 규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BFRs는 발암 가능성, 내분비계 교란, 신경 독성, 생식 및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BFRs는 일부 규제나 금지된 물질로 이 연구에서 검출된 이유는 재활용 과정에서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BFRs가 다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검정색 플라스틱 제품에서 높은 농도로 발견됐으며, 재활용된 전자기기나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난연제 성분이 식기나 장난감 등 일상 생활용품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주방 용품 외에도 아이들이 착용하는 구슬 장식 목걸이, 초밥 쟁반, 식료품 고기 쟁반, 헤어 액세서리, 터퍼웨어 용기(Tupperware, 플라스틱 용기 브랜드), 사무용품 등에서도 BFRs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검은색 플라스틱 주방용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일 평균 3만4700ppm의 데카-BDE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메간 리우는 “기업들은 플라스틱 전자제품에 독성 난연제를 계속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불필요한 독성 노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은 애초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지만 재활용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가정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유입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폴리브롬화 디페닐 에테르(PBDE)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 후 이를 대체하고자 데카-BDE와 같은 BFRs의 인기가 높아져 왔다. PBDE는 이전에 가구, 섬유, 전기 장비 등 다양한 제품에 난연제로 사용되던 BFRs의 일종이다. PBDE는 잠재적인 건강 위험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 제품의 브랜드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검은색 플라스틱만 연구했기 때문에 다른 색상의 플라스틱도 노출될 수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구매를 피하고 식품 접촉 재료에 검은색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소비자들에 당부했다.

한편, 2016년 국내 환경부의 실태조사 조사에 따르면 BFRs 전체 사용량 3만6621톤 중 전기전자·자동차 범용 부문에서 15,021톤으로 41%를 차지하고 있다. Deca-BDE는 국내서 1811톤 유통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차량용 소재로 사용된다. 5%가량은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인 환경 규제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데카-BDE(deca-BDE)와 같은 브롬화된 난연제는 전자제품이나 플라스틱 용기 등에 대해 여러 규제와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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