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음부 사진 달라' 심평원 직원 무혐의..."직권남용 고의성 없어"

경찰, 증거불충분 불송치 결정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산부인과 원장에게 여성 환자의 외음부 사진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직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법조계는 "(해당 직원들의) 직권남용 고의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의사 단체의 '심평원 길들이기'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심평원 직원 A씨와 B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강요 혐의와 관련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 의하면 심평원 서울본부 모 직원들은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소재 산부인과 원장에게 외음부 양성 종양 적출술 등을 받은 여성 환자들의 수술 전 조직검사 결과지, 수술기록지, 경과기록지 등 민감한 신체 부위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해당 산부인과 원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외음부 양성 종양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비해 많은 편이다 보니 심평원에서 허위 청구로 의심한 것 같다"며 "시술 행위를 입증하라는 요구를 수 차례 받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료 제출 항목에 '수술 전후 사진'이 추가로 명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은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급여)되는 진료다 보니 병원은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해야 한다"며 "심사자료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 환자들의 사진을 제외한 수술 전 조직 검사 결과지, 차트 등 관련 서류들을 모두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걸 (심평원에) 항의했더니 묵묵부답이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의협은 지난 8월 심평원 소속 직원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 강요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의협은 "환부 사진은 개인정보로서 피해자가 환부 사진을 제출할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과도한 심사자료 제출을 강요하는 등 심평원의 부당한 소명 요구 행위는 결국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진료의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심평원은 드문 청구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심사자료 제출 요구를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평원은 "A산부인과 의원에서 과거 외음부의 양성 신생물 등 상병에 외음부종양적출술과 동시에 피부양성종양적출술이 청구된 적이 있었는데, 심사결과 외음부 종양이 아닌 농양으로 확인돼 바도린선농양절개술로 변경 후 인정됐던 사례가 있다. 이후 지난해 동일 청구유형이 청구돼 정확한 심사를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며 "A산부인과 의원에 반드시 수술 전, 후 사진을 달라고 한 것은 아니며, 충분히 입증 가능한 범위의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요양기관이 심사 보완자료 요구를 받고 납득이 되지 않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심사평가원과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의협의 이번 고발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도 이번 사건을 심평원 직원의 무죄로 해석했다. 이들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현호 의료법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직권 남용에는 고의성의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심사 과정에 필요한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 변호사는 환자 개인이 고발하는 것이 아닌 이익단체가 고발했다는 점을 두고 또 다른 의도가 있다고도 봤다. 그는 "환자 개인이 아닌 의협이 고발한 것에 대해선 '심평원 길들이기'를 할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단체가 할 일은 고발이 아닌 회원 고충을 통해 심사 기준 완화 등 관련 법률 개정이나 입법 요구"라고 꼬집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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