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증 방사성 의약품...부산 기장에 눈길 가는 이유는?

암 진단, 치료에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RI, Radioisotope)를 활용하는 방사성 의약품(Radio pharmaceutical)이 항암제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품목은 공급량이 수요를 도저히 못 따라가는 품귀 상태. 또 어떤 품목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최근 임상 현장에서 이런 신약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 분야 시장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방사성 동위원소만 1,300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 동위원소를 만드는 방사선 발생장치(generator)와 방사선 영상 진단 및 치료행위료 등 관련 분야까지 다 합해봐도 아직 3천억 원(약 2,906억 원)에도 못 미친다. 이 정도로는 ‘규모의 경제 효과’나 ‘전후방 연관 효과’를 기대해보기에도 역부족인 상황.

반면, 전 세계 방사선 바이오 시장은 지난해 57.3억 달러에서 2032년께면 136억 달러(한화 약 17조 6,800여억 원)로 급성장한다. 연평균 성장률(CAGR)만 10%를 넘는다. 미국(9.3%), 유럽(9.3%), 일본(10.4%) 등 이 분야 선진국들과의 간격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형 신형연구로 들어서는 2027년 전후로 성장 변곡점 올 듯

현재 우리나라의 방사선 바이오 생산 인프라는 전국을 Q 모양으로 연결하고 있다. 플랫폼 역할을 하는 서울 원자력의학원(KIRAMS)을 필두로 대전(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 전북 정읍(ARTI, KARA), 경북 경주(KOMAC)와 부산 기장(DIRAMS, 기장로)가 다양한 RI 및 방사성의약품 공급망(supply chain)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산 기장은 가장 늦었다. 방사성의약품의 원료인 의료용 RI를 만들 신형연구로 구축이 지지부진했기 때문.

그러나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엔 요즘 공사 트럭들이 매일 개미 떼처럼 줄지어 드나든다. 예정대로라면 2027년 전후엔 ‘수출형 신형연구로’와 ‘동위원소 활용연구센터’, 그리고 서울대병원의 ‘기장 중입자치료센터’가 모두 문을 열게 된다. 3년 후 정도면 부산 기장의 방사성의약품 바이오 생태계와 첨단 암 치료 기반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셈이다.

여기서 의료용 RI를 적기에 지속해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된다면, 방사성의약품 임상시험부터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과정도 크게 탄력을 받게 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학원장 이창훈)이 최근 동남권 방사성의약품 GMP 제조소를 완공하고, 전립선암 진단제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도 그와 관련이 깊다.

특히 ‘한국 방사성의약품-헬스케어 협의회’를 11일 출범했다. ICT를 기반으로 방사성의약품과 헬스케어 산업이 융합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할 전문가 네트워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홍제 연구센터장이 회장을,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재태 이사장(NECA 원장) 등이 고문을 맡았다. 여기에 연구계, 학계, 산업계, 의학계 멤버들도 두루 포진했다.

한국 방사성의약품-헬스케어 협의회 임원진. [사진=코메디닷컴]
이어 부산대 동아대 인제대 고신대 울산대 경북대와 부설 대학병원들,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 입주한 ㈜퓨처켐, ㈜새한산업, ㈜제이에스테크윈과 ㈜SNvia 등까지 두루 망라하는 것이 목표. 방사성 의약품 수요 라인과 공급 라인이 머리를 맞대며 산업화 단계까지 빠르게 도달할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홍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연구센터장은 “여기에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융합할 경우, 차세대 신성장산업으로 크게 도약할 또 하나의 기반이 생기는 것”이라 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11일 ‘제3회 방사성의약품-헬스케어 심포지엄’도 열어

이날 하루 온종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방사성의약품-헬스케어 심포지엄’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했다. 지난 1, 2회 심포지엄과 비교하면 규모도 배로 커졌다.

오전 세션은 노정훈 부산대병원 교수가, 오후 세션은 이재태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사장(NECA 원장)과 이병철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발표와 토론을 이끌었다.

제3회 방사성의약품-헬스케어 심포지움. [사진=코메디닷컴]
여기선 울산과학기술원(UNIST) 강세병 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희진 선임연구원, 건국대 김형식 교수, 양산부산대병원 남경원 교수가 표적 암 치료 및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이어 우리나라 원자력 의학의 본산(本山)이라 할 한국원자력의학원의 방사선의학연구소 이교철 RI응용부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준영 선임연구원, 원자력병원 변병현 과장(핵의학과)은 의료용 RI와 방사성의약품이 연구 및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등을 살폈고, 부산대 양승윤 교수와 한국방사선진흥협회 장한기 실장은 관련 연구와 산업계 흐름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홍제 연구센터장(핵의학과)은 최근 개소한 ‘동남권 방사성의약품 GMP 제조소’ 시설 참관을 안내한 후 ‘ICT 기반 방사성의약품 헬스케어센터 미래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여기서 “첨단 방사성의약품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융합과 신성장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용 RI를 생산하는 사이클로토론과 관련 연구시설의 조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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