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도 ‘남녀 유별’…이런 '특수 의학'까지 생길 정도?

코로나19중증·성병·탈모 男에, 뇌졸중·여드름·스트레스·만성통증·골다공증 女에 더 많아...최근 '성차의학'에 대한 관심 부쩍 높아져

질병도 남녀가 서로 다르다. 성별로 취약한 병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성차의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맞춤의학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도 ‘남녀유별’인가? 성별에 따라 병의 징후가 다르거나 병에 미치는 영향이 사뭇 다를 수 있다. 미국 건강포털 ‘웹엠디(WebMD)’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으로 입원하거나 성병에 걸리거나 탈모를 일으킬 확률은 남성이 훨씬 더 높다. 또한 뇌졸중·여드름·만성통증·골다공증을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를 더 쉽게 받을 확률은 여성이 훨씬 더 높다.

이처럼 남녀 간 질병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가 최근 떠오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4월 '성차의학연구소'를 열었다. 국내에선 처음이다. 미국(스탠퍼드대, 메이요 클리닉), 독일(샤리테병원) 등엔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연구소가 생겼다. 성차의학(Sex·gender specific medicine)은 맞춤의학과 맞물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웹엠디에 따르면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의 심장마비 징후는 남성만큼 여성에게 흔하지 않다. 그 대신 여성은 등 위 쪽의 압박감과 턱 통증, 숨이 가쁜 증상을 더 많이 보일 확률이 높다. 메스꺼움과 어지러움도 그렇다. 심장병은 남녀 모두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하지만 심장마비를 일으킨 뒤 숨질 확률은 여성이 더 높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으로 입원할 위험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다.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남성은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건강 문제를 안고 있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중증 확률도 더 높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성의 면역체계가 남성보다 더 강한 경향이 있는 것은 에스트로겐 덕분이다.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병은 남성에게 더 심하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예컨대 다발성 경화증은 전체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미국에선 매년 남성보다 약 5만5000명 더 많은 여성이 뇌졸중을 앓는다. 일반적으로 몸 한쪽의 갑작스러운 쇠약, 언어와 균형감각의 상실, 혼란 등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여성은 실신, 불안, 환각, 구토, 통증, 딸꾹질, 발작 등 증상이 추가적으로 더 나타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여성은 뇌졸중 후 회복도 더 느리다. 클라미디아, 임질 같은 성병(STD)은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이들 성병은 여성에게 만성 골반 염증성 질환을 일으켜 생식능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성에겐 이런 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은 여성보다 머리카락이 빠질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여성의 약 40%는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탈모 증상을 보인다. 남성의 85%는 50세가 되면 모발이 가늘어진다. 남성은 머리카락이 패턴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헤어라인이 점점 더 뒤로 물러난다. 이를 ‘후퇴형 헤어라인’이라고 한다. 정수리에 대머리가 생길 수도 있다. 여드름은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성의 호르몬은 생리 기간, 임신, 폐경기를 거치면서 변화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성인 여드름에 더 취약하다. 치료 방법도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의사는 여성에게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을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받는다. 남녀 모두 스트레스 탓에 분노, 짜증, 근육 긴장을 거의 비슷하게 느낀다. 하지만 두통이나 배탈을 일으키거나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호소하는 쪽은 여성이 훨씬 더 많다. 남성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신체적 증상을 여성보다 덜 느낀다. 여성은 요로감염(UTI)에 더 자주 걸리는 경향이 있다. 남성의 요로 감염은 더 복잡하고 원인도 다르다. 여성은 성관계나 대변에서 나온 박테리아 때문에 요로감염에 더 많이 걸린다. 여성의 요도가 짧기 때문이다. 남성은 전립샘비대증, 신장결석 등 소변 흐름을 막는 요인으로 요로감염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

만성 통증(6개월 이상 지속되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통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겪는다. 여성의 통증이 더 오래 지속되고 더 심한 경향이 있다.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남녀의 호르몬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은 여성이 훨씬 더 높다. 다만 골밀도 부족으로 고관절이 부러진 남성은 골다공증으로 고관절이 부러진 여성보다 사망할 확률이 2배 더 높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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