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 2~3분만에 CT 판독하는 까닭은?
대한영상의학회 "영상검사 폭증해 빠른 판독 불가피...판독료 분리해야"
짧은 진찰시간을 뜻하는 '3분 진료'에 이어 영상의학과에서는 '3분 판독'이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영상검사 수가(의료 행위에 대한 가격) 인하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병원들이 영상 검사 횟수를 폭발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황성일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영상 검사료가 비싸다고 하지만 2012년부터 꾸준히 삭감됐다"며 "병원은 수익을 내기 위해 24시간 기계를 돌리고, 의사는 볼 환자가 많아 2~3분여 짧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는 촬영료와 판독료가 나뉘어 있지 않아 전체 수가를 낮추면 판독하는 의사의 노동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병원에선 낮아진 수가로 영상검사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의사들에게는 2~3분 '짧은 판독'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상검사는 2012년부터 네 차례 수가 인하 과정을 거쳤다. 학회 측은 "국내 영상 검사 수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고 미국에 비해 약 30%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수차례 수가 인하와 원가 상승으로 원가 보존율이 지속 악화돼 결국 원가 이하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일 총무이사는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영상 검사 수가가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의사들은 똑같은 일을 한다. 결국 노동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은 셈"이라며 "병원 입장에선 장비를 많이 돌려 손해를 메웠을지 몰라도 병원 소속 의사는 더 많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영상 검사 수가를 줄이더라도 판독에 대한 수가는 분리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학회 입장이다. 황 이사는 "검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판독하는 노력이 적게 드는 것이 아니다"며 "검사료와 판독료를 분리해서 검사료를 낮추더라도 의사 노동(판독)비에 대해서는 제대로 책정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자기공명영상검사(MRI)는 검사료와 판독료가 분리돼 있으나 CT의 경우 분리돼 있지 않다.
아울러 학회는 영상 판독료 독립 외에도 불필요한 영상 검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 측은 "불필요한 검사의 증가는 전체적인 의료비용 상승은 물론 건보 재정에도 부담을 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한 "환자에게는 방사선 노출 위험도 있고 검사 남발로 필요한 환자의 검사가 지연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건보공단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용 실태 등의 연구를 통해 영상 검사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전향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영상 검사의 적정성을 평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