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관련 영상 많이 보는 청소년, 자살 위험 더 높다"
가천대 길병원·인천시 자살예방센터 공동 연구
청소년 중 자살 관련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성 청소년보다 여성 청소년이 이에 더 취약했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인천시 자살예방센터 공동 연구팀은 청소년 2225명(만 12~18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살 유발 요인 분석 연구를 26일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 중 남성은 849명(38.2%), 여성은 1376명(61.8%)이었고, 평균 연령은 15.4세였다. 재학 중인 기관으로는 고등학교가 1213명(54.5%), 중학교가 966명(43.4%)이었다.
연구팀은 먼저 전체 대상자를 자살위험성 평가 척도 기준에 따라 △자살고위험군(316명·14.2%)과 저위험군(1909명·85.8%) 둘로 나눴다. 그런 뒤 자살 위험요인과 보호요인(부정적 위험을 낮추는 요인)을 분석했다. 분석에는 구조화된 설문지가 사용됐다.
분석 결과, 미디어를 통해 자살 관련 장면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의 비율은 72.5%(229명)로 저위험군의 51.2%(977명)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다시 말해 자살 위험이 높은 청소년 일수록 자살 관련 영상물을 더 많이 접했던 셈이다.
또 주변인 중 자살사망자가 있는 사람의 경우 고위험군은 17.1%(54명)으로 저위험군 5.9%(112명)에 비해 3배 가량 높았다. 반면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고위험군이 69.3%(219명)로 저위험군 91.2%(1741명)보다 현저히 낮았다.
성별과 연령에 따른 자살위험을 조사한 결과, 고위험군에서 여성 비율은 67.7%로 저위험군의 60.9%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반면 남성청소년 고위험군 비율은 32.3%로 저위험군의 39.1%보다 낮아 여성 청소년이 자살 위험에 조금 더 취약했다. 연령별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살 관련 미디어가 실제 자살 위험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미디어·온라인 모니터링·캠페인 등을 통해 자살예방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개선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걸 교수는 "이 연구는 자살 고위험군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분석, 그에 따른 효과적인 자살예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청소년의 자살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은 개인적 요인과 더불어 사회, 문화, 생물학적 요인 등 다면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다양한 요인을 분석해 청소년 자살예방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