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이어 척추도 로봇수술 대중화 시대 열리나

양산부산대병원 (진료)조교수 출신 오부광 해운대부민병원 척추센터장이 최근 열린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회장 조정기, Neuro Spine Congress, 9월 5~7일, 서울 서초구 K-호텔)에서 특별한 상(償) 하나를 받았다. '우리 학술상'.

 

오른쪽이 오부광 척추센터장. [사진=해운대부민병원]
지난 1년간 대한신경외과 학회지(Journal of Korea Spine Surgery Society, SCIE)에 발표한 척추 관련 논문 중 임상 연구분야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우수”하다고 선정된 논문에 수여하는 상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척추 로봇수술'에 대한 새로운 임상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 인공관절 치환술 등 관절 수술에선 로봇이 이미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척추 쪽에선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특수 상황 때문이다.

로봇수술의 정확도, 잠재적 위험요소, 의사숙련도 등 3가지 핵심데이터 발표

부울경에서 척추 수술의 다양한 반경을 도전적으로 넓혀온 양산부산대병원 신경외과 손동욱 교수팀(손동욱, 이준석, 이수헌, 오부광, 송근성)을 대신해 받은 상이기도 하다.

사실, 손 교수팀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부울경 최초로 척추 로봇수술을 임상에 적용해왔다. 국내 최초로 로봇 척추수술 100례를 달성했고, 그 결과물의 하나가 이번 논문("A Single-Center Experience of Robotic-Assisted Spine Surgery in Korea: Analysis of Screw Accuracy, Potential Risk Factor of Screw Malposition and Learning Curve", J Korean Neurosurg Soc 67 (1) : 60-72, 2024. 교신저자 손동욱, 제1저자 오부광)인 셈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신경외과 손동욱 교수팀. [사진=양산부산대병원]
이들은 환자 100명에 총 495건 RAPSF(로봇척추나사고정술 robotic-assisted pedicle screw fixation)를 시행했다. 척추관 협착증, 추간판 탈출증(HIVD), 척추측만증, 퇴행성 척추분리증 환자들이 그 대상. 척추 신경 지나는 길을 넓히거나, 틀어진 뼈 정렬을 다시 바로 잡아주는 수술을 받아야 했던 이들이다. 디스크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이를 통해 손 교수팀이 주목한 연구 초점은 크게 3가지였다. 척추뼈에 나사못을 박는 과정에서 정확도(accuracy)가 기존 수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잠재적 위험 요소(potential risk factors)는 어떤 것들인지, 그리고 몇 건 정도 수술을 해야 의사 숙련도(learning curve)가 높아지는지 등을 가늠해보자는 것.

그동안 이들 주제 한두 가지를 연구한 논문들은 없진 않았으나, 이번처럼 핵심 주제 3가지를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다룬 논문은 이게 처음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척추로봇수술(RASS, robotic-assisted spine surgery) 정확도는 90%가 훨씬 넘었다. 495건 수술에 삽입한 479개의 나사못들 중 GRS지표에 부합한 470개만으로 한정해 볼 때, 임상적으로 "성공"이라 판정할 수 있는 것이 98.12.%에 달했다는 것.

또한, 해외에서 나온 임상 연구들에선 골밀도와 비만도를 위험요소로 본 것도 있는데, 여기선 "CUVIS-spine으로 진행한 사례에서는 수술 결과에 영향을 줄만한 특별한 위험 요소가 없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이와 함께 의사 숙련도를 보여주는 학습곡선(learning curve)은 초기 20케이스까지가 관건이었다. 즉, 20케이스 때부터 오차의 허용 기준치를 넘는 사례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더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수가 적용' 턱밑까지 이른 큐비스(CUVIS-spine)

사실, 로봇 척추수술은 몸에 상처를 최대한 적게 내는 최소침습(最小浸濕), 최소절개 수술이란 세계적 임상 트렌드(trend)를 반영한다. 더 적게 절개하면서도 더 높은 정밀도를 보여주기 때문.

기존 나사못 고정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즉 나사못을 박는 위치나 위치나 각도, 깊이의 부(否)정확도를 최소로 줄여주기도 한다. 만일 나사못이 계획한 위치보다 안쪽으로 박히면 신경 손상 마비나 큰 통증이 올 수 있다. 또 바깥쪽으로 삽입되면 근육과 혈관, 신경이 손상돼 생명까지 위험하다. 향후 나사못 고정력이 약해져 한쪽으로 밀렸을 때도 마찬가지.

수술 결과의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것도 큰 특징. 즉. 누가 수술해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구성에다 정확성까지 있는 만큼 의사의 피로(疲勞) 관련 오류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

거기다 또 다른 장점은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한다는 것. 일반적인 척추 추술에선 수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이동형 X-레이 장비 C-ARM을 자주, 그리고 많이 쓰게 된다. 한번 수술에 10번 이상 찍어야 할 때도 있다. 문제는 방사선 피폭이 나중에 암 발생이나 생식 능력 저하 등 커다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로봇수술에선 C-ARM을 거의 쓰지 않아도 CT를 이용한 3D 영상을 활용하기에 환자나 의료진의 방사선 피폭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실제로 로봇수술은 기존 C-ARM 수술보다 방사선 노출을 최대 74%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수술실 안전과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외국계 수술로봇들이 판치는 국내 로봇수술시장...앞으로 척추 쪽은?

국내에서 척추 로봇수술은 지난 2020년 서울 세브란스병원이 처음 시작했다. 그 다음해에 양산부산대병원이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의료용 수술 로봇사업' 주관연구자로 선정되면서 ‘CUVIS-spine’을 도입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척추 수술로봇은 큐렉소(주)가 만든 큐비스(CUVIS-spine) 한 가지 뿐. 아직 국민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받지 못할 만큼 초창기이기 때문이다.

복강경 수술용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 다빈치(Da Vinci), 관절 수술용 미국 스트라이커(Stryker) 마코(Mako) 등 해외 수입제품들이 판을 치는 다른 분야 수술로봇시장과는 아직 차이가 많다.

그런데, 지난 4월 초,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큐비스(CUVIS-spine)을 '(조건부) 혁신의료기술'에 선정했다. “기술적 잠재성이 높고 안전성에 대한 잠재적 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수가 적용에 한발 더 다가선 셈이다.

척추 수술용 로봇 '큐비스 스파인'(CUVIS-spine). [사진=큐렉소]
큐렉소(주) 조성원 과장(로봇기술지원팀)은 24일 “임상연구계획서는 NECA에 이미 제출했고, 현재는 적용대상 환자군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몇 케이스까지를 안정성 검토에 반영하느냐 등을 NECA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우린 기존 CS100 모델보다 더 업그레이드한 CS200 모델을 시장에 공급, 임상연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 했다.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선 대중화 뚜렷한 척추 로봇수술

반면, 글로벌 시장에선 사정이 무척 다르다. 북미, 유럽, 인도 등에선 이미 여러 척추 로봇수술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메드트로닉(Medtronic), 글로버스(Globus Medical), 짐머(Zimmer Biomet), 누베이시브(NuVasive)., 브레인랩(Brainlab AG), 에센셜(eCential Robotics), 포인트(Point Robotics MedTech)에다 스트라이커(Stryker)까지…. 한국 큐렉소(CUREXO)도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도 일부 진행하고 있는 단계.

이에 세계 척추수술로봇 시장은 2022년 전후로 이미 27억 7000만달러(약 4조 9000억원, Winter Green Research) 수준을 넘어섰을 정도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권역은 척추 수술비가 북미나 유럽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한 만큼 시장 확대 잠재력이 상당히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관광과 연계할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의 전망도 밝다.

국내 척추수술 의료계도 이런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초고령화로 퇴행성 척추 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로봇수술이 빠르게 보편화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 여기다 인공지능(AI)까지 접목될 경우 적용 범위는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척추 분야에서도 로봇수술이 대중화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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