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에 많이 든 '이것'...적게 먹으면 스트레스·우울 위험 커진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 연구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으면 스트레스·우울 등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국내 40~79세 성인 1만1288명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식이섬유 섭취와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식이섬유 섭취량'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소화되지 않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소화력을 높이며, 염증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진 유익한 식품군 중 하나다.
연구팀은 한국인 유전체 역학 연구 코호트(KoGES)에 등록된 남성 4112명과 여성 7176명의 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일 식이섬유 섭취량을 1~5분위로 나눴다. 이후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5분위)'과 나머지 군의 정신건강 상태를 성별에 따라 비교했다.
일일 식이섬유 섭취량은 남성의 경우 △1분위(7.58~37.77g) △2분위(6.04~7.57g) △3분위(4.95~6.03g)△4분위(3.77~4.94g)△5분위(0.62~3.76g)로, 여성은 △1분위(7.56~34.69g) △2분위(5.88~7.55g) △3분위(5.88~7.55g) △4분위(3.60~4.74g) △ 5분위(0.25~3.59g)로 각각 구분했다.
정신건강은 △높은 스트레스 인식 △주관적(스스로 인식하는) 건강상태 △사회심리적 불편감 △우울 등 네 가지 항목로 평가했고, 나이·흡연·운동량·소득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 및 생활습관 변수에 대해 조정했다.
분석 결과,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으면 정신건강 악화의 위험이 커졌다.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은 나머지 군보다 '사회심리적 불편감'을 겪을 위험이 남성은 46%, 여성은 53% 증가했다. 또한 같은 비교로 남성은 '높은 스트레스 인식' 위험이 43% 증가했고, 여성은 '우울' 위험이 40% 증가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에 대한 하위 분석을 통해 '총 에너지 섭취량(kcal)'에 따라 남녀의 정신건강의 악화 위험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남성은 총 에너지 섭취량, 즉 식사량은 많지만 그 중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했을 시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더 높아졌다. 반대로 여성은 총 식사량 중 식이섬유 섭취가 적어도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또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이 '매우 활발한 신체활동(주당 중강도 유산소 운동 3회 이상·총 5시간 이상)'을 하면 오히려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이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남성 근섬유는 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식이섬유의 적절한 섭취를 통해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적절한 식이섬유 섭취가 남녀 모두의 정신건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을 확인했다"며 "특히 개개인의 신체활동 수준 및 총 에너지 섭취량을 고려한 맞춤형 식이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