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들은 허리 병이 왜 이렇게 많을까?”

독일 ‘슈프링어'(Springer) 메타분석...“택시 기사 절반이 허리 쪽 척추질환 있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는 택시기사들은 척추나 관절에 탈이 난 이들이 많다. 특히 허리와 목, 어깨가 자주 아프다. 좁고, 진동 많은 차 안에 앉아 매일, 오랜 시간 운전을 하기 때문. 추석 귀성길, 7~8시간 운전하면 누구라도 허리가 뻐근하고 쑤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독일의 세계적인 과학·기술·의학 전문출판사 ‘슈프링어’(Springer)가 최근 발간한 ‘BMC Musculoskeletal Disorders’(제25권, 논문번호 663)에서 보듯 택시기사들은 일반인보다 근골격계 질환(MSD)에 훨씬 더 취약하다. 특히 그동안 나온 관련 논문들을 비교해 메타 분석해보니 특히 척추 쪽에 병이 생길 가능성이 다른 직종보다 컸다.

그중에서도 허리 아래쪽(53.87%)이 가장 취약했다. 그다음은 목(38.15%), 어깨(34.97%) 질환이 많았고, 상체(18.30%)나 무릎(14.10%) 질환도 그 뒤를 이었다.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척추 쪽 질환과 관절 쪽 질환을 두루 갖고 있는 셈이다.

택시기사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더 취약한 이유

우선,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척추, 목, 어깨 등에 주는 부담이 계속 쌓인다. 하루 4시간 이상 운전하면 요통이 생길 확률이 그렇지 않은 운전자에 비해 1.78배 높다.

특히 운전 중 계속 발생하는 차의 진동은 척추와 관절에 지속적인 충격을 가한다. 나이 든 운전자일수록 퇴행성 질환까지 겹치면서 상태가 더 빨리 악화한다. 거기에다 웅크린 자세로 핸들을 잡는 등 앉은 자세가 안 좋은 기사들도 많고, 운전자 몸과 운전석(시트) 모양과 치수가 잘 맞지 않는 것도 한 원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기다 불규칙한 근무시간, 고객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근육 긴장을 더 하고, 통증도 악화시킨다. 온종일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스트레칭 등 정작 몸이 긴장을 풀어줄 운동 시간은 늘 부족하다. 이는 근력 약화와 유연성 감소로 질환 발생 위험을 더 높인다.

창원제일종합병원 윤석환 이사장(신경외과)은 “좁은 운전석에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척추에 주는 부담이 누적되면서 허리 척추와 근육, 인대 사이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면서 “작은 충격이나 움직임에도 쉽게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라 했다.

특히 나이가 들며 생기는 근육 염증이나 경직, 퇴화가 합해지면 요통을 더 악화시킨다. 척추뼈 사이 쿠션 역할을 해주는 디스크(추간판)에 무리가 오면서 척추디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게다가 네비게이션과 호출(call)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에선 목에도 척주관 협착증이나 디스크 발병 소지를 높인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요추 질환 의심” 택시기사가 91%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2014년 조사한 결과(‘택시기사 요추질환에 대한 X-ray 검사 및 설문조사’)에서도 조사 대상(163명)의 91%가 요추 질환이 의심되는 퇴행성 변화가 있다고 나왔었다. 또 85%는 요통을, 63%는 다리 저림 증상을 호소했다. 허리 디스크, 척주관 협착증, 퇴행성 측만증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시 조사를 이끌었던 조재환 교수(정형외과)도 “좁은 공간에 앉아 오랜 시간 운전하면 누워 있거나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면서 “조사해 보니, 택시기사들의 요추 질환과 통증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이 허리와 목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은퇴 이후 개인택시 면허를 새로 취득한 중장년층이 늘어나며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탓에 병원 문을 편하게 두드리기 어렵기 때문. 택시기사들 평균 연령이 높아지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 기저질환에다 이런 근골격계 질환까지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시민의 발’ 택시기사들 건강, 왜 중요할까?

이처럼 택시기사들 유병률이 높다는 것은 교통사고 발생률을 높이고, 결국은 승객들 안전까지 위협한다. 허리와 목, 어깨에 계속되는 통증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지 못한 경우,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 잠재적으로 길거리 보행자 안전도 위협을 받는다.

윤석환 이사장은 “택시기사는 우리 시민들의 아주 중요한 발 역할을 하지만, 응급 상황에 부닥친 이들에겐 또 하나의 119구급차 역할도 한다”며 “우리 병원이 있는 경남 창원에만 개인택시 기사들이 1천 명 정도 있는데, 이들의 척추 관절질환 유병률이 50% 넘는다는 것은 시민 안전에도 큰 위협”이라 했다.

[사진=경남 창원제일종합병원]
이에 더욱 체계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선 그와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부터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들까지 두루 포함된다.

예를 들어 척추질환 전문병원과 연계해 정기 검진을 제도화하거나 택시의 경우, 운전자 척추 건강을 위한 운전석을 개발하는 등 기술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얘기.

택시기사들, 평소에 척추 관절질환 예방하려면?

우선, 현재의 몸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척추 관절질환 역시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 가능성을 높이고 치료 예후도 좋아지기 때문.

허리 아프다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그게 척주관 협착증 때문인지 디스크 탈출증 때문인지에 따라 치료는 달라진다. 또 척추가 전후좌우로 틀어진 측만증,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인대의 골화증 등 원인이 달라도 접근법이 많이 달라진다.

그다음은 평소에 척추의 경직을 풀어주고, 근육의 유연성을 높여줘야 한다. 운전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 에서다.

또 운전 시 허리를 곧게 펴고, 팔과 다리를 편안하게 위치시켜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만큼, 올바른 운전 자세는 기사로선 꼭 익혀야 하는 필수 과목.

운전석을 자신의 체형에 맞게 조절하여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고, 평소 충분히 잠을 자면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평소 체중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척추와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인다.

한편, 이번 ‘슈프링어’(Springer) 메타 분석 결과를 보면, 택시기사와 비슷한 일을 하는 버스 운전자도 MSD 전체 유병률이 78.3%로 높았다. 이처럼 직업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직업군은 전문 운전자(43.1~93%), 은행직원(60~80%), 소방관(46.39%), 간호사(77.2%) 등이 두드러졌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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