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감염 위궤양 환자, 치매 위험 3배 높아
성모병원 연구진 논문 발표...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늦어지면 치매 위험 2배 ↑
위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치매 발병 위험을 3개 가량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헬리코박터균 제거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아도 치매 발병률이 2배나 높아져 적기 치료의 중요성도 재차 확인됐다.
13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따르면,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교수팀은 최근 이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노화학회 공식 학술지인 «지로사이언스(Gero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국내 55~79세 성인 4만7628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5년과 10년 기간으로 추적해 분석했다.
이 결과,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하지 않아 소화성 궤양이 발병한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도는 약 3배 가량 높아졌다. 이는 고혈압, 당뇨, 허혈성 심질환, 고지혈증 등 기존에 알려진 치매 위험인자를 통제한 뒤 분석한 결과다.
특히, 제균 치료를 받더라도 적기를 놓쳤을 때도 치매 발병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아졌다. 위궤양 진단 이후 6개월 이내에 제균 치료를 시작한 조기 제균 치료군과 1년 이후에 치료를 뒤늦게 받은 환자군을 비교한 결과다. 분석 과정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 외의 다른 위험요인은 통제했다.
헬리코박터균 혹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소화성궤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세균으로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 서식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50~6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국내에선 주요 위암 위험인자로 꼽힌다. 별다른 감염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기 쉽지만, 건강검진 중 위내시경 등을 통해 감염을 확인하면 약 1주일 만에 제균 치료가 가능하다.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복용하면 된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뿐 아니라 치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내균총(마이크로바이옴) 변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헬리코박터 감염 소화성궤양은 신경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장내균총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혈관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뇌내 신경염증도 직접 유발할 수 있다.
강동우 교수는 "발효 음식이나 매운 맛을 즐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식습관이 위점막을 자극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장 건강 뿐 아닌 뇌 건강을 위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현국 교수는 "소화기 질환과 신경퇴행성질환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감염성 위장 질환이 치매 발병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규명하는 첫 걸음을 뗀 만큼 향후 위장관 건강과 신경 건강의 상호작용을 이해해 새로운 치매 예방·치료 전략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 창의도전연구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 전문은 다음 링크(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1357-024-01284-z)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