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 수련병원 응급실 의사 반토막…7곳은 부분폐쇄 검토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소속병원 긴급 설문..."지역 응급실 붕괴 시작"

서울 지역 내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차 관계자가 환자를 이송 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 53개 수련병원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가 1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7개 병원에선 응급실 부분 폐쇄를 고려하는 등 응급의료 붕괴 현상이 시작됐다고 의료계가 지적했다.

12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회원 수련병원 53곳의 응급실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회원 의대 교수를 설문하는 방식으로 이달 9~10일 진행했다.

그 결과, 53개 수련병원의 응급실 근무 의사는 지난해 914명에서 현재 535명으로 41.4% 줄었다. 특히, 전공의(일반의) 근무 규모는 지난해 386명에서 현재 33명으로 10분의 1로 급감했다.

협의회는 "8시간 3교대 근무가 원칙인 응급실 특성상 응급의학과 교수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병원당 7~8명 1조가 적정한 수준"이라면서 "(한 병원에) 최소 6명(1인 24시간 근무)이 돼야 아주 빠듯하게 근무할 수 있고 5명 이하론 정상 근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병원 내 응급실 의사 인력이 5명 이하인 7곳에선 24시간 전체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부분 폐쇄를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병원에 6~7명으로 24시간당 1인이 응급실 근무하는 최소 조건을 유지 중인 곳도 10개소였다. 2인 이상이 응급실에 상주할 수 있는 환경은 16개소(30.2%)에 불과했으며, 53개 병원 전체의 평균 인력 수준은 평균 1.5명에 그쳤다.

전의교협은 "작년에는 의사 1인만 근무하는 병원이 1곳, 부분적으로 2명이 근무하는 병원이 4곳이었고, 나머지 48개 병원은 모두 2인 이상이 근무해 응급실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응급실 운영 상태가 나빠졌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58%), 부산(53.6%), 광주·전남(51.2%)에서 50% 넘게 응급실 의사가 감소했다. 수도권 지역 역시 인력 상황이 여유롭진 않았다. 서울 응급실 의사 감소율은 39.2%로 나타났으며, 경기 북부와 남부는 각각 41.4%와 35.8%를 기록했다. 다만, 인천 지역 응급실 의사는 8.9% 줄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자리대 감소율을 보였으며, 전문의 숫자는 오히려 20.7% 늘었다.

전의교협은 "부산 지역에선 조사 대상 병원 5곳의 응급의학 의사가 32명으로, 병원당 평균 6.4명의 의사만 근무해 다른 지역보다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응급실 붕괴가 지방부터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의교협 긴급조사 결과 일부. 위는 전국 53개 수련병원 내 응급실 근무 의사 규모와 운영 상황, 아래는 1년 새 지역별 응급실 근무 의사 감소 수준 비교. [자료=전의교협]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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