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 엉덩이뼈 부러지면 다 망가집니다"

노인들에 치명적인 '고관절 골절'...부산성모병원 정진규 진료부장에 물어보니

# 1. 자다가 소변이 급해 화장실을 찾던 김 할머니(74)는 슬리퍼를 신으려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겨우 몸을 추슬러 볼일 보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엉덩이부터 다리가 심하게 아팠고, 병원에 가니 “고관절에 금이 갔다” 했다.

# 2. 오랜 만에 친구들 만난다고 마음이 들떴던 것일까. 정 할아버지(78)는 지하철 타려 계단 급히 내려가다 그만 꽈당 하고 넘어졌다. 엉덩이가 계단 턱에 부딪혔는지, 일어나질 못하겠다. 지나가던 젊은이가 119 구급차 불러 실려갔더니, 엑스레이(X-ray)만 보고도 바로 입원하라 했다. 엉덩이 뼈가 부서졌다는 것이다.

[사진=클랍아트코리아]
나이 들면 넘어지고 떨어지는 낙상(落傷) 사고가 무척 위험하다. 젊었을 땐 그렇지 않았겠지만, 나이 들어 뼈가 푸석해지면 쉽게 금이 가고 또 부러지기 때문.

특히 ‘고관절 골절’(股關節 骨折, hip fracture)은 사실 그 자체가 비상 상황이다. 일단 걸을 수가 없다. 휠체어도 못 탄다. 다 나을 때까지 누워 있어야 한다.

골다공증까지 있다면 회복 기간도 짧지 않다. 그러는 사이 관절이 뻣뻣해지는 ‘관절 강직’도 오고, 폐렴 욕창 혈전 감염 등 여러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치료를 해봐도 예후 좋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고관절 골절로 고생하는 이가 인구 1만 명당 17명(2016년)을 넘는다. 골절 환자 전체로 넓히면 척추-손목-고관절-상완(어깨와 팔꿈치) 순으로 많은데, 나이가 들수록 고관절과 척추 쪽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따로 있다. 고관절 골절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게 빌미가 돼 1년 이내 사망하는 비율이 17.4%(국민건강보험공단)나 된다. 50세를 넘겼다면 6명 중 1명이 이 문제로 세상을 뜬다는 얘기다.

“나이 들어 고관절 다치면, 다시 못 일어나고 돌아가신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남성(21.5%) 사망률이 여성(15.5%) 사망률보다 1.4배 더 높다.

고관절 골절, 수술 없이 나을 수 있을까?

대부분은 수술이 필요하나, 부위에 따라 골절 정도가 덜 하고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달리 해볼 수도 있다. 진통제나 소염제로 염증을 줄이며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치료가 대표적. 거기다 물리치료로 관절 움직임을 유지하고, 근력을 키우며, 보조기를 착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복 기간이 길다는 게 문제. 몸 놀림이 둔한 상황이 오래가다 보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혈관에 혈전이 생기거나 폐렴 등 예기치 않은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사실 과거엔 수술 자체의 위험성 때문에 비수술적 ‘보존(保存) 치료’를 선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흐름이 달라졌다. 처음부터 바로 수술을 받는 게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것.

부산성모병원 정진규 진료부장(정형외과)은 “발병 직후 바로 수술을 시행할 때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고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조기 수술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크게 줄인 ‘최소침습’(最小浸濕)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고령 환자의 수술 부담까지 줄이고 있다”고도 했다.

어떤 수술이 내게 맞을까?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하중을 많이 받는 부위다. 그래서 골절 부위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불안정하여 통증이 지속되고 관절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수술은 바로 이런 점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인공관절 수술이나 골절부위고정술 등이 대표적.

그중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한다. 재료 기술의 발달로 인공관절을 쓸 수 있는 사용기한이 상당히 늘어난 데다, 관절 활동성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 물론 말기 암 환자나 너무 나이가 많아 전신마취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는 예외다.

또 골절부위고정술은 골절된 뼈를 금속판이나 나사 등으로 고정하여 안정화시키는 치료. 이는 수술 부위를 최소로 줄이는 ‘최소침습’(最小浸濕) 방식을 이용해 수술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고관절 골절 수술 후 얼마나 걸려야 완전히 회복될까?

골절 부위와 골절 정도에 따라 회복 기간이 달라진다. 개인의 건강 상태, 나이, 수술 방법, 재활 노력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몇 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정 부장은 “사람에 따라 어떤 수술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면서 “인공관절 치환술은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이 완전히 대체하기에 조기 운동 및 체중 부하가 가능하다”면서 “이는 내고정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불유합, 무혈성 괴사로 인한 재수술 등을 방지할 수 있으나 출혈, 혈전 색전증, 감염 등의 위험성이 내고정술보다는 높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사진=부산성모병원]
그에 비해 골절부위 내고정술은 손상된 뼈를 나사못, 금속판 등으로 고정하여 골유합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후 불유합, 무혈성 괴사가 진행하는 경우에는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정 부장은 “결론적으로, 어떤 수술 방법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했다. “환자의 나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 골절 부위, 골절의 정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의료진과 충분히 협의해 최적의 수술 방법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관절 골절 수술 후 효과 높이려면?

고관절 치료에서 수술만큼 중요한 것은 재활. 정 부장도 “수술 후 회복 기간은 개인차가 크므로, 의료진 지시를 따라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고관절 골절 수술 후에는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 다음 몇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우선, 수술 부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벌리거나 꼬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다리를 무리하게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것도 금물.

또한 초기엔 수술 부위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몸이 나아짐에 따라 점차 체중 부하를 늘려나가야 한다. 격렬한 운동, 무거운 물건 들기, 장시간 서 있기 같은 무리한 활동을 피해야 하는 것도 상식이다. 이때는 게단 오르내리기도 안 좋다.

거의 모든 수술 후 회복 과정은 급성기~회복기~만성기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회복 단계를 계속 팔로우업(follow-up)하고, 허벅지와 엉덩이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재활 운동으로 관절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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