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할 30대…벌써 척추가 틀어졌다고요?

척추 치료 대가(大家), 김용정 전 콜럼비아대 교수에 물어보니…

척추병이 흔해졌다. 물론, 우리나라가 초(超)고령사회에 가까워지면서 노인성 척추질환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습관 변화로 젊은 환자들까지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게 진짜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질환자 평균 연령이 41.8세(2012년)에서 36.9세(2021년)로 낮아졌다. 거의 10년 사이에 5년이나 더 어려진 것. 지금도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30대 전후면 사실 한창 일할 나이다. 그런데도 벌써 허리 근육통이나 목의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으로 고생하는 젊은이들이 흔하다는 얘기다.

늘 목과 허리가 아프고, 어깨와 팔, 다리가 아프거나 저리는 증상을 호소한다. 심지어 걷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는 젊은 환자들까지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벌써 허리병이...척추 환자 평균연령 37세

사실 척추 디스크의 노화는 10살 즈음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20살만 되어도 나쁜 자세로 척추에 계속 스트레스를 주면 여러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만 있는 건 척추에 정말 안 좋다.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자꾸 키운다. 요즘 누구랄 것도 없이 끊임없이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는 자세도 목과 등에 부담을 더 가중시킬 뿐이다. 휴대폰을 볼 때, 자세에 따라선 목에 6배의 하중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절전문’ 서울부민병원 김용정 진료원장(정형외과)은 9일 “우리 삶의 방식이 점차 몸을 덜 쓰는, 즉 운동을 안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했다. 성장기인 유치원, 초등학교, 심지어 중·고교에서조차 체육 시간을 자꾸 줄이는 추세는 이런 문제를 더 고질적인 것으로 악화시킨다. 심지어 요즘은 대학생들도 운동보단 도서관에서 취업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탓에 10대 청소년들까지 척추 질환에서 자유롭지 않다. 척추측만증이나 척추후만증 환자도 많지만, 척추분리증에다 디스크 감염 환자도 많다. 특히 척추측만증으로 진료 받은 사람 가운데 10대 청소년들이 41.6%나 된다. 무려 4만 명(3만 9482 명, 2021년)에 가깝다.

40대부턴 강직성 척추염, 50대부턴 퇴행성 척추질환

또 40대 전후 남자들 중에선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뻐근한 ‘강직성 척추염’을 앓는 이들조차 의외로 많다. 만성으로 진행되는 면역 질환의 일종이기도 하다. 2022년 기준으로 5만 명이 넘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50대를 넘어가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환자까지 많아진다. 척추관 협착증부터 후종인대 골화증 등 때문이다. 여자들은 60대 이후에 척추뼈가 앞으로 삐져나오는 척추전방전위증부터 만성 관절염, 협착증 등이 많다. 걷기 힘들고, 요통에다 다리 통증까지 겹치면서 내내 고생한다.

만일 척추 질환이 여러 원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왔거나, 강직성 척추염 등 원인을 바로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엔 치료도 단순하지 않다. 최근 ‘척추변형센터’를 통해 여러 전문의들이 다각도로 진단하고 또 치료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그런 때문.

단순한 척추센터와도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김 원장은 “서울부민병원 척추변형센터만 해도 4명의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척추 전문의들이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척추 질환을 비(非)수술 치료부터 고난도 수술까지 맞춤형 치료를 한다”고 했다.

단순하지 않은 복성 질환까지 왔다면...'척추변형센터'에서 전문 치료

다루는 질환도 추간판 탈출증, 척추 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척추골절, 척추측만증, 꼬부랑 허리, 노인성 골다공증 골절까지 다양하다. 환자 상태와 질환의 성격에 따라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를 우선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특히 김용정 원장은 우리나라 척추변형 수술의 대가(大家).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아산병원과 분당차병원을 거쳐 마흔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워싱턴대 의대를 거쳐 코넬대 부설 정형외과 명문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에서 근무하며 레지던트들을 가르쳤다. 그 후 컬럼비아대 정형외과 교수(2008~2019년)로 오래 있었다.

척추변형센터 김용정 진료원장. [사진=서울 부민병원]
특히 ‘척추경 나사 삽입술’과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수술’ 분야에선 세계적으로도 명망이 있다. 그가 쓴 논문들은 이 분야 전문의가 지금도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들. 500회 이상 인용된 논문만 5편이 있을 정도다. 그에게 이들 척추 수술에 대해 몇 가지 알어보았다.

- 여러 척추질환자들중 특별히 척추변형센터를 찾는 것은 어떤 경우인가?
척추관협착증이나 추간판탈출증 등 일반적인 척추 질환도 가능하지만, 중증도가 높고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척추가 전후 좌우로 많이 휘고, 변형이 심한 중증의 질환자들을 많이 다룬다. 여기에 척추교정 수술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척추경 나사 삽입술’의 경우, 교정 각도 등 삽입의 정확도가 아주 중요한데 그런 것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 정확도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척추변형수술은 뒤틀린 척추를 정상애 가까운 형태로 만드는 수술이다. 그래서 수술에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스텝(step)은 올바른 크기의 척추경 나사를 정확하게 삽입하는 것이 된다. 척추경 안쪽으로는 척수나 신경근이 지나가는데, 만일 척추경이 안쪽으로 빠지면 신경 손상이 일어나고, 바깥쪽으로 빠지면 고정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여러 안전 장치를 생각해냈다. 수술 전 CT를 사용한 항법(航法, 네비게이션) 장치나 로봇수술, 또는 수술 중 C-arm이라는 엑스레이(X-ray) 기계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하지만 이런 방식은 방사선을 많이 쬐어야 하는데, 또 다른 문제를 낳지 않겠는가?
그렇다. 인체에 조사된 방사선은 계속 축적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암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을 진단하기 위해 전(全)척추사진을 찍으면, 한 번에 0.8~1.4 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치료 첫 1년 동안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이 많게는 2.4~5.6 mSv 정도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 측만증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25년간 평균 16번 전척추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덴마크에서 25년간 추적 연구을 해봤더니 이 환자들이 같은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보다 암 발생률이 5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이 많이 생겼다.

- 이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방사선을 쪼이지 않고도 수술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나 같은 경우, 미국에서부터 ‘프리핸드테크닉’(Free Hand Technique)이란 방법을 써왔다. 사람 몸, 즉 척추에 대한 해부학적인 구조만을 이용해 수술을 하는 것이다. 방사선의 조력 없이 척추경 나사를 삽입한다.

다시 말해 수술 과정에서 CT를 이용한 항법장치나 C-arm 등 엑스레이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방사선으로 인한, 미래의 암 발생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술에 앞서 진단 과정에선 엑스레이를 찍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도 가능하다면 몸 뒤쪽 사진 한 장만 찍도록 한다. 불가피하게 앞쪽도 찍어야 한다면 반드시 유방과 생식기는 가리고 찍도록 매뉴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방사선 피폭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검사로 EOS 전신촬영이란 게 있다. 전척추 사진의 10% 정도 피폭량만으로 촬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다리와 골반 성장판까지 볼 수 있기에 여러모로 EOS가 유리하다.

- 사람 눈과 손으로만 고난도 척추 수술 할 경우, 오히려 치료를 더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우리 척추변형센터는 고난도 테크닉에 익숙한, 숙련된 의사들만으로 구성한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2명 의사가 함께 진행하는 콤바인(combine) 수술법으로 리스크(risk)를 줄인다.

2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척추 전문가들이 서로를 보완해가며 최상의 치료 결과를 내는 새로운 방식이다. 또 허리 요추(腰椎) 수술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하지(下肢)마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항상 '신경감시장치'를 함께 사용한다.

- 성장기 청소년들부터 젊은이들까지 요즘, 척추측만증 환자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측만증도 조기 발견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 특발성 측만증이 시작될 때, 그 특징적인 신체 변화를 알고 그와 동반된 척추 변화를 이해하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90% 이상은 수술이 필요한 단계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진=서울 부민병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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