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피 원숭이에게 수혈하니 "하루 동안 효과적"...사람에 적용 가능?
한림대성심병원 연구팀 "24시간 지나자 적혈구 사라져...후속연구 진행"
돼지 피를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원숭이)에 수혈하자 적혈구 수가 증가하는 등 혈액 지표가 일시적으로 개선됐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24시간 이후 수혈된 적혈구가 사라지거나 부작용이 나타나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강희정·노주혜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황정호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돼지 적혈구를 영장류에게 투여한 이종(異種)수혈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나 적혈구 기능 등 생리적인 요소들이 사람과 유사해 최근 이종이식 연구 대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WT)와 인간 혈액과 호환성을 높인 형질전환 돼지(삼중유전자제거, TKO)의 혈액을 채취했다. 그런 뒤 인간과 유전 특성이 비슷한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를 △실험군1 △실험군2 △대조군에 4마리씩 배정하고 각각 25%의 혈액 손실을 유발했다. 실험군1에는 WT 돼지의 적혈구를, 실험군2에는 TKO 돼지 적혈구를 수혈했다. 이후 혈액 대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대조군과 임상 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실험군 모두는 대조군과 비교해 수혈 후 첫째 날까지 적혈구 수, 헤마토크리트·헤모글로빈 수치 등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다. 특히 TKO 돼지 적혈구가 WT 돼지 적혈구에 비해 전신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험군에 수혈된 돼지 적혈구는 24시간 이후 순환 혈액에서 빠르게 사라졌으며 강력한 항체 반응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관찰되기도 했다.
노주혜 교수는 "돼지 적혈구 수혈은 수혈 후 24시간까지 혈액학적 지표를 효과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나 그 이후엔 생체 반응으로 인해 그 효과가 제한되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수혈 효과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선 생체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돼지 유전자 변형과 면역 억제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강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수혈의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수혈 프로토콜 개발과 유전적 변형을 통해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면역학의 최전선(Frontiers in Immunology)》 6월호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야생형 및 삼중유전자제거 돼지 적혈구의 영장류 수혈의 효과와 안전성 조사(Investigation of the efficacy and safety of wild- type and triple-gene knockout pig RBC transfusions in nonhuman primate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