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3연속 '관절' 전문병원, 이 다음 행보는?

눈길 끄는 해운대부민병원의 변신...찬찬히 톺아보니

해운대부민병원(병원장 강대환)에 최근 새 인물들이 부쩍 늘었다. 내과 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분야도 다양하다. 거기에 대학병원 교수 출신 의료진들까지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게 특별하다.

그중 김정수 과장은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장과 혈관을 보는 순환기내과 전문의. 동맥과 정맥, 말초혈관을 뚫는 중재술에 밝아 심혈관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합류 한 달 만에 고난도 대동맥류 EVAR 치료를 성공시켜 지역의료계 시선을 끌었다.

이태범 전 교수는 간, 담낭과 담도, 췌장 등 간담췌 치료와 이식수술이 전문. 외과 안에서도 간담췌 수술을 주로 한다. 지난 2월에 합류한 후 현재 간담췌이식센터를 이끌고 있다.

또 척추센터장을 새로 맡은 오부광 과장(신경외과)은 척추협착증과 디스크탈출증 등 척추 쪽 수술이 전문. 이들 모두 양산부산대병원에 근무하다 여기에 둥지를 새로 틀었다.

왼쪽부터 오부광, 김정수, 이태범 센터장. [사진=해운대부민병원]

오부광-척추센터, 김정수-심혈관센터, 이태범-간담췌이식센터 새 진용 갖춰

여기에다 다른 분야 전문의들도 여럿 새로 들어왔다. 지난달 합류한 송무곤 과장(혈액종양내과)은 백혈병, 악성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혈액암 전문가. 부산대병원 교수를 지냈던 그가 합류하며 병원엔 혈액종양내과가 새로 생겼다.

또 비뇨의학과 지윤섭 과장은 요로결석과 전립선 및 배뇨 장애에, 외과 박정훈 과장은 담석증 및 충수염의 복강경 수술과 탈장, 항문질환 등의 수술에 능하다. 거기에 소화기내과 이호준 김동현, 신장내과 오영록, 응급의학과 오민택 김혁 과장 등이 합류하며 이 분야 의료역량도 크게 커졌다. 이렇게 올해 합류한 의료진만 스무 명에 가깝다.

그런데, 이를 찬찬히 뜯어보면 하나의 특징이 엿보인다. 척추와 관절 수술에 강점이 있는 해운대부민병원의 무게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것.

기존에 강세를 보이던 관절과 척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익히 알려졌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새로 가세하면서 암부터 만성·복합질환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 협진(協診)을 통해 토탈 서비스하는 구도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다.

사실 해운대부민병원은 보건복지부 ‘관절 전문병원’에 3회 연속 지정됐다. 2015년 7월 개원 이래 한 번도 이를 놓친 적이 없다. 게다가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신축 공사가 한창이던 시점, 정흥태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3년 연말로 기억하는데…. 미국 뉴욕으로 넘어가 코넬대 의대(Weill Cornell Medicine) 제휴병원이자 미국 최고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를 찾아갔어요. 협력을 요청했지만, 처음엔 들은 척도 안 하더군요. 하지만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우리가 배워야 할 게 정말 많다 싶었어요. 여러 차례 설득하고 졸라서 결국 제휴 승낙을 받아냈죠.”

미국 최고 정형외과병원 HSS와 글로벌 제휴..."아시아권 최고 병원" 향해

HSS와의 글로벌 제휴(global alliance)는 국내에선 처음, 아시아권에서도 처음이었다. 부산 지역병원이 대한민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권 최고를 향해 한 발을 더 내디딘 셈이었다.

그러면서 HSS로부터 관절치료 임상 표준화 프로그램(CP, Critical Pathway)을 가져왔다. 어떤 의사가 환자를 맡더라도 이 매뉴얼을 통해 표준화된 임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것. 수술하기 전 준비부터 수술 과정, 그리고 재활 및 후속 예후 관리까지 전체 프로세스가 이 표준화 프로그램 안에 다 녹아 있다.

정 이사장은 2년 후, 해운대부민병원을 공식 개원하며 이 프로그램을 병원에 바로 접목했다. HSS에서의 원형(原型)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칠 것은 고치고, 덧붙일 것은 덧붙였다.

서승석 진료원장(정형외과)을 필두로 한 척추 관절 분야 전문의 라인업(line-up)도 보강했다. 허리부터 엉덩이, 팔, 다리, 손, 발 등 관절 부위별로 세부 전문의를 배치하고, 관절센터 (인공관절)로봇수술센터 척추내시경센터 척추변형센터 재활운동치료센터 외상골절센터 등으로 치료의 전문화를 이룬 것도 그 일환.

그런데, 최근 새로 영입된 전문의 중에 내과나 외과 등 다른 분야 멤버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흐름. 하지만 이런 흐름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2015년 개원 당시 정흥태 이사장은 “부민병원은 그동안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을 해왔다. 이런 가파른 양적 성장을 앞으로도 계속할 순 없다” 했었다. 이어 “이젠 질적 성장 개념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며 “해운대부민병원은 그 대표적인 롤모델(role-model) 병원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척추 관절 아픈 노인 환자,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도 한 병원에서 ‘원스톱’ 해결

그 지향점은 일종의 ‘사업 다각화(多角化)’. 노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부산권 현실에 맞춰 만성 질환과 소화기 질환 등에 대한 역량도 함께 갖추겠다는 것. 척추 및 관절 질환자들 핵심 연령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진료의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것. 한 환자가 다른 기저질환도 함께 앓고 있을 가능성이 커 환자로서도 한 병원에서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받는 데 유리하다.

해운대부민병원은 최근 소화기 쪽으론 간담도췌장 분야 투자를 더 늘리고, 전문 의료진을 계속 충원해왔다.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들을 위해 여러 분야 전문의들이 협진하는 다학제 시스템도 구축했다. 굳이 대학병원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

특히 간담도췌장이식센터는 강대환 병원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왔다. 그러다 올해 7월, ERCP 1,000례를 달성했다. 담석으로 인한 급성 담관염이나 담도염, 담낭염을 주로 치료하는, 고난도 내시경 기법의 하나. 대학병원급에서 주로 해오던 시술이기도 하다.

강대환 병원장이 ERCP 시술로 간담췌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사진=해운대부민병원]
센터 개소 2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 지난 2022년 6월, 강대환 병원장(제3대)이 취임하며 ▲관절∙척추 특화센터 육성 ▲내과계 육성 및 검진센터 활성화라는 ‘투트랙(two track) 전략’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관절 척추 명문병원’, 강대환 병원장 진두지휘로 ‘동부산권 허브 종합병원’으로

이에 처음 35명으로 시작했던 병원이 어느새 60여 명 의료진을 갖추며 다학제 협진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 되고, 심평원으로부턴 ▲폐렴 근경색증 1등급 ▲항생제 처방 1등급 ▲수술 예방 1등급 ▲마취 수혈 결핵 1등급을 받았다.

8월부턴 입원실 370병상 전체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했다. 가족들이 떠맡던 간병까지 병원에서 함께 책임지는 선진형 병실 문화를 뿌리내리려는 것. 또한, 지역 응급의료센터에다 국제진료센터도 갖췄다. 발달장애인오케스트라를 후원하며 지역사회와의 교감도 넓혀가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은 21세기형 ‘스마트병원’(smart hospital)이기도 하다. 예약부터 진료, 결제, 보험청구 등 거의 모든 과정을 전산화하면서 부울경에선 선도적으로 스마트병원의 길을 개척해왔다.

특히, 24시간 365일 이용 가능한 AI 콜센터, 카카오톡 챗봇 상담서비스, AI 기반 스마트 문진 서비스, 비대면 진료 ‘어디 아파’ App 개발 운영은 지역병원 차원에선 미처 가보지 못했던 차별화 요소들.

정흥태 이사장은 4일 “지난 2015년 7월 개원했으니, 내년이면 벌써 10주년이 된다”면서 “그동안 진료 프로세스, 공간과 동선, 환자를 대하는 마음까지 진료의 다각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 고심해왔다”고 했다. ‘척추 관절 명문(名門)병원’이란 기반 위에 동부산권 허브(hub) 종합병원으로 탈바꿈하는, 또 하나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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