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환자, 면역항암 중 간 기능 저하땐 치명적

전홍재 분당차병원 교수팀 "후속 항암치료 이어갈 확률 낮아"

국제연구를 통해 간세포암 환자의 간 기능 악화 여부가 면역항암치료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이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증 간암 환자의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항암치료 중 간 기능 유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제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차병원은 전홍재 분당차병원 암센터 교수(혈액종양내과)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간암 환자의 면역항암 치료 과정에서 간 기능 관리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연구는 간세포암(HCC) 환자의 면역항암제(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합치료) 치료 중 발생하는 간 기능 악화가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와 시카고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등 유럽, 미국, 아시아 3개 대륙 25개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 연구다. 전홍재 교수는 공동 책임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2019년 1월~2023년 6월 유럽, 미국, 아시아의 25개국 3차 의료기관에서 절제가 불가능한 중증 간세포암을 진단받은 후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합치료를 받은 환자 571명의 예후를 분석했다. 한국에선 유일하게 분당차병원이 참여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72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환자 중 16.5%에서 치료 중 간 기능 저하가 발생했다. 특히, 간 기능 저하가 발생한 환자들의 사망 위험률은 19배가 더 높았다. 이는 치료 중 간암이 악화한 환자들의 사망 위험률(9.9배)보다 높은 수치다.

이는 간 기능 저하가 발생한 환자들이 대부분 후속치료를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간기능 저하가 발생한 환자의 13.8%만이 2차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진행성 간암임에도 간 기능 저하가 없던 환자는 전체의 51.3%였으며, 이들 환자 중 대다수(61.1%)가 2차 항암 치료를 받고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간 기능 악화가 주로 비(非) 바이러스성 원인(알코올, 대사성)의 간암 환자들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즉,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악화해 간암으로 발전한 환자보다 알코올성 지방간 혹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에서 간암으로 발전한 환자의 예후가 더 나빴던 것이다.

또한 '알부민-빌리루빈(ALBI) 등급'이 높은 환자에서도 간 기능 악화가 더 잦았다. 이는 환자 혈청 속 알부민과 빌리루빈 농도를 측정해 1~3등급으로 간 기능을 진단하는 최신 지표다. 만성 간질환 중증도와 간암 항암치료 시 예후와 독성을 예측할 수 있다.

전홍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세포암 환자의 예후 결정에 종양의 진행 정도뿐 아니라 간 기능 악화도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간 기능 관리와 간암 치료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면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종양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헤파톨로지(Hep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전문은 다음 링크(https://doi.org/10.1097/HEP.000000000000102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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