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봉생기념병원, 개원 75주년 맞는다

부산 봉생기념병원이 5일, 개원 75주년을 맞는다. 부산뿐 아니라 부울경 통틀어서도 종합병원으로선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 중의 하나다. 게다가 신경외과 분야로 출발, 부울경 의료계에선 "우리 몸 신경계 치료에 일가를 이룬 병원"으로 꼽는다.

우리나라 신경외과학 초석을 놓은 봉생 김원묵 박사

그런 성장 궤적엔 설립자인 봉생(奉生) 김원묵 선생의 유지가 곳곳에 배어있다. 특히 올해는 김 박사 탄생 100주년(1924~1974)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사진=봉생기념병원]
평양의전 출신으로 해방 정국에서 홀로 남하한 그는 서울 종로구의 한 적산가옥에 ‘봉생의원’(1949)을 열었다. 생명에 봉사한다는 뜻의 ‘봉생’(奉生)은 그의 아호이기도 했지만, 실은 평양에서 ‘한지의사’(*)였던 조부가 운영한 병원 이름(‘봉생의원’)에서 따온 것. (* 한지의사: 무의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 정책의 하나로 일정한 지역 안에서만 개업하도록 허가받은 의사- 편집자 주)

하지만 이듬해 한국전쟁이 터지고 그는 군의관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1963년 신경외과 전문의를 따고, 이듬해 연세대 의대(세브란스)에선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엔 대한신경외과학회 회장도 지냈다. 미국 유학을 떠나선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수술법을 배워온 1세대다. 유학 시절 처음 접했던 ‘뇌동맥 촬영’이 꼭 필요한 의술이라고 판단했던 것. 또 당시 국내엔 없던 정맥 혈관주사 카테터(Angio needle)를 처음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신경외과학 초석을 놓은 파운더(founders) 중의 한 명인 셈이다.

그 덕분에 봉생병원은 지금도 신경외과와 신경과 진료 역량이 상대적으로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얼굴 신경에 문제가 생긴 안면경련증, 삼차신경통을 고치는 ‘미세혈관감압술’(MVD)은 이미 4,500례를 넘어섰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통틀어 압도적인 실적.

거기다 뇌동맥류 수술도 4,500례, 심혈관 중재시술은 1만 7,100례를 넘어섰다. 이처럼 수술 실적이 쌓이면서 관련 질환들 처치 노하우와 데이터도 많이 축적됐다.

‘뇌졸중’ 치료 “10회 연속 1등급”…안면신경 MVD 수술, 부울경에서 압도적

자연스레 ‘뇌졸중’(stroke, 뇌출혈 및 뇌경색) 치료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정부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0회 연속 1등급을 받은 것이 그 증거다. 의사들 치료 경험부터 집중치료실과 의료장비, 재활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상위 수준이라는 얘기다.

창립자의 ‘봉생’이라는 기본 철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75년이 지나는 동안 병원 이름은 조금씩 바뀌었다. 거기에 봉생병원 성장사(成長史)가 함께 묻어있다.

김원묵 박사가 군의관으로 부산에 근무하며 1962년 부산 동구 범일동에 다시 세운 30병상짜리 ‘봉생신경외과의원’이 부산에서의 시발점. 당시로선 뇌와 척수, 말초신경계를 수술하는 ‘신경외과’란 전문과목을 앞세운 거의 유일한 병원이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몰려들며 10년 후, 1972년엔 80병상 규모 ‘봉생신경외과병원’으로 커졌다. 1981년 사위 정의화(신경외과 전문의, 제19대 국회의장) 선생이 병원장에 취임하며 또 한차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이에 1985년 종합병원으로 승격하며 ‘김원묵기념 봉생병원’이 된다. 이때부터 후학을 양성하는 인턴 수련병원 역할도 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봉생기념병원’-‘동래봉생병원’-‘봉생힐링병원’ 3개 병원 체계로

이어 1990년 6월 ‘동래봉생병원’(병원장 조미영)을 개원했고, 지난해 3월 ‘봉생힐링병원’(병원장 최용석)까지 문을 열면서 삼두마차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를 계기로 ‘김원묵기념 봉생병원’도 ‘봉생기념병원’(병원장 김중경)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했다.

환자의 치료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급성기 분야는 봉생기념병원과 동래봉생병원이, 재활을 통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회복기 분야는 봉생힐링병원이 맡는 구조다. 이에 따라 환자의 전인적 진료가 가능한, 중부산권 거점 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신장이식 수술은 현재 1,300례를 넘고, ‘우수인공신장실’ 인증도 받았다. 또 마취, 정신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렴 등에서도 정부 적정성 평가에 모두 1등급을 받았다.

75년 역사 속에서 봉생병원이 아직 금과옥조처럼 지키려는 것이 있다. “우리는 단순히 환자의 병만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받는 마음까지 어루만져야 합니다.”(봉생병원 설립자 故 김원묵 박사)

봉생기념병원 정연학 행정원장은 2일 “병원은 의료의 질을 항상 최선(最善)의 상태에 도달하게 애써야겠지만, 환자는 환자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라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환자의 경제적 처지까지 고려한 ‘최적(最適)의 진료’를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 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초청 강연…김남순(가야금) 최은희(한국무용) 기념공연도

한편, 봉생병원은 개원 75주년을 앞두고 4일 오후 부산일보 사옥(동구 수정동) 10층 대강당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초청하여 “2024년 대한민국의 풍경‘이란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갖는다.

특히 이날 강연회에선 ’가야금 명인(名人)‘ 김남순(전 부산대 교수)의 가야금 선율과 ’한국무용가‘ 최은희(전 경성대 교수)의 한국춤 기념공연도 즐길 수 있다.

[사진=봉생기념병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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