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개특위 “3차병원 중증환자 비율 70%까지 높인다”
전문의 대상 '계약형 필수의사제' 도입...2027년엔 저수가 체제 종식
정부가 구체적인 의료개혁 실행 방안을 공개하며 정책 시행을 본격화한다. 특히, 의료기관 구조 개편과 수가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의료체계 개혁을 2027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노연홍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30일 "대한민국을 의료 정상화와 질적 성숙을 견인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의개특위는 제6차 회의를 열고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을 공개했으며, 같은 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했다.
노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1차 실행방안에 포함한 의료인력 수급 논의기구 설치와 의료분쟁 중재제도 개선안 외에도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 의료이용체계 및 지역의료 재건, 수가제도 개편 등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들 내용은 연말과 내년 초 발표할 2, 3차 실행방안에 포함할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이용체계와 수가제도를 아우르는 근본적인 의료체계 개편에 나선다. 먼저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3차병원)은 중증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상향해야 한다. 현행 권고 비중은 50% 이상이다.
반면, 일반병상은 최대 15% 감축한다. 서울 내 전체 허가 병상이 1500병상 이상인 상급종합병원에 해당한다. 그 외 수도권 내 1500병상 이하 상급종합병원은 10%,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5%까지 감축해야 한다.
의료인력 역시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전문인력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중을 현재 40%에서 20%로 단계적으로 줄여 수련 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집중하는 중증·응급치료 외의 지역·필수의료 분야는 2차병원(종합병원)이 맡게 된다. 이를 위해 기존에 병상수(100병상 이상)와 진료과목(7개 이상) 기준으로만 2차병원을 분류하던 것을 넘어 실질적인 의료 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인 '포괄적 진료 역량'과 심뇌 등 중증 응급 기능을 정립하고 기능과 성과가 우수한 종합병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아울러 심장·뇌·수지접합·화상, 회복·재활 등의 분야에서 전문병원도 육성한다. 자세한 내용은 내년 중 '전문병원 지정 및 육성체계 전면 개편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거주 지역 안에서 필수의료와 최종 치료를 모두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체계도 강화한다. 지역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전문의를 대상으로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하며,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지역 거점병원' 육성도 시작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역 국립대병원에 연간 2000억원을 투자하고 인력 수급 개선을 위해 기존에 적용하던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를 혁파한다.
다만, 이러한 의료체계 변화에 따라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 체계(수가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필요한 경우 국민 부담을 적정하게 조정해서 2027년까진 불균형한 저가 수가체계를 종식하겠단 의지다.
대표적으로 응급진료와 상급종합병원 비용 부담률이 높아진다. 비응급 환자가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외래진료비 본인부담이 오른다. 추석 전후 2주간은 종전 60%에서 90%까지 높아졌으나, 향후 본인부담비율은 미정이다.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땐 외래진료비를 현행 60%에서 전액 본인 부담하도록 상향한다. 2차급 병원 의뢰서가 있거나 산정특례 진단 등의 예외 사유는 존재한다. 다만, 이들 경증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인 1차의원을 이용하면 본인부담률은 30%로 줄어든다. 이외에도 만성·경증환자의 의료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현재 시범사업 중인 비대면 진료도 제도화한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실행방안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방향성만 제시한 게 아니라 정부의 실행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실행 단계로 바로 들어가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듣고 보완하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 의료의 청사진을 만들고 현장이 공감하는 개혁방안을 신속히 실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현 의료 상황을 정상화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