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장기화…종합병원들, 어부지리?

진선미 의원, “상종 환자 회송(回送) 17% 늘어…중증환자들 ‘뺑뺑이’ 늘어난 것”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에 대혼란이 일어났지만, 다른 한켠에선 의외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가 의료 공백이 생긴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들어가지 못한 환자들이 지역의 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들로 몰리고 있어서다. 의정갈등 여파로 2차 종합병원들과 3차 중소병원들이 과실을 따 먹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먼저, 3차 상급종합병원에서 1, 2차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사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는 '상급종합병원별 회송(回送) 현황'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 기간(2~5월) 동안 이처럼 회송된 사례는 모두 28만9952건. 전년 동기(24만7465건) 대비 17.2%(4만2487건) 늘었다.

회송이 가장 많았던 병원은 고려대 구로병원. 1만3030건 회송이 있었다. 지난해 동기(3937건)와 비교하면 3.3배나 된다.

부산대병원도 지난해 동기에 비해 2.6배 늘어난 5661건이 회송됐다. 진선미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으로 생긴 전공의 대거 이탈로 이 병원, 저 병원 '뺑뺑이'를 도는 환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동헌 온종합병원장,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바로 잡는 의외의 결과”

예를 들어 부산 온종합병원은 올해 3~7월 4개월 동안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59%, 또 골든타임을 다투는 심장이나 뇌혈관 중재술 건수는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었다.

[사진=온종합병원]
병원 측은 “중환자, 심장환자 뇌혈관환자를 비롯해 올해 4개월 동안 누적 입원환자 수만 7만 3천 명을 넘어 지난해 동기대비 14% 증가했다”면서 “대학병원들이 전공의들 집단사직으로 진료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안으로 지역의 중견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김동헌 병원장도 19일 “의대 증원 파동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그간 서울 메이저병원들로의 지나친 환자 쏠림 등 왜곡돼 있던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또 "암이나 중증 응급환자들이 의료기관 규모보다는 진료나 수술을 맡을 의료진 실력이나 명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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