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다투는 닥터헬기, 진주에서도 뜬다
경상국립대병원 ‘경남권역외상센터’ 9일 공식 오픈
서부 경남의 한 중소도시. 고층빌딩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누가 떨어졌다. 머리, 가슴, 척추, 팔, 다리, 골반 등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다. 피도 많이 흘렸다.
이처럼 여러 곳을 동시에 크게 다친 ‘중증외상환자’는 생명을 살려낼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 또 응급의료헬기가 떠서 병원에 데려오더라도 여러 전문의가 함께 협진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그 또한 어렵다.
외상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신속하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율이 1997년만 해도 50%(50.4%)를 넘었다. 살릴 수도 있었던 사망이란 의미로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이라 한다.
그러다 2012년부터 전국 17개 병원에 ‘권역(圈域)외상센터’를 세우기 시작하면서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해당 사망률이 19.9%(2017년)까지 낮아졌다.
가까운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센터들.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로 묶어 권역별로 설치해간 것이다.
경남에선 경상국립대병원(경남 진주시)이 2017년 11월, 이런 외상센터로 처음 선정이 됐다. 그 이후 외상 병동과 수술실, 소생실, 중환자실을 만든 것은 물론 최근엔 병원 앞 남강변에 육상헬기장까지 만들었다. 꼬박 7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 여기를 ‘경남권역외상센터’로 최종 지정하고, 그 사실을 병원에 통보했다. 경남권역(주로 서부경남)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인정한 것.
이 센터는 또 경남권역의 외상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훈련하는 것은 물론 관계기관과 연계해 경남권 외상관리체계의 허브(Hub) 역할도 맡는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 규모도 더 커진다.
현재 외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담전문의’ 5명과 ‘전담간호사’ 65명, ‘외상 코디네이터’ 3명이 붙박이로 배치돼 있다. 혈관조영기, 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CRRT(지속적 신대체요법장치)는 관련 장비도 갖추었다. 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등 필요하면 급히 부를 수 있는 ‘지원전문의’도 25명이나 있다.
이에 경남권역외상센터는 9일 오후 개소식을 하고 시민들에게 응급의료헬기가 떠서 환자 이송하는 장면을 직접 시연해 보일 예정. 여기엔 경남도지사와 경상국립대총장 등도 참석한다.
김근태 센터장(정형외과·아래 사진 왼쪽에서 5번째)은 8일 “우리 서부(西部) 경남권엔 노령층에다 농업 종사자가 많고, 경운기 타고 가다 생긴 농기계 교통사고도 잦다”라면서 “보호장비도 없이 당한 교통사고는 치명적인 중증 외상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경남권역외상센터는 이런 환자들의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을 1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