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실금 생길까 주저하던 치루 수술, 대안은 뭘까?

"20~30대 젊은 층에서, 여성보단 남성에 많아"…내게 맞는 치루 수술법

사람은 ‘후구’(後口)동물에 속한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소화관이 만들어지는데, 먼저 만들어진 한쪽 끝이 항문이 된다. 나중 만들어진, 다른 쪽 끝은 입이 된다.

그래서 입과 항문은 닮은 점이 많다. 늘었다 줄었다 하는 괄약근부터 입술처럼 부드러운 티슈 조직까지. 게다가 윤활액이 나오는 샘이 주변에 여럿 있다. 입에 침샘이 있듯, 항문엔 항문샘이 있다.

침샘이 음식물 소화를 돕는다면, 항문샘은 배변을 돕는다. 차이가 있다면 침샘은 큰 샘부터 작은 샘까지 수백 개가 있지만, 항문샘은 항문 안쪽 1~2cm 부근에 4~10개 정도밖에 없다. 그 항문샘이 없다면, 우리는 변을 볼 때마다 살이 찢어지는 통증을 겪어야 했을 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문제는 그 좁은 샘으로 세균이나 변 찌꺼기가 거꾸로 들어갔을 때다. 다시 잘 빠져나왔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염증이 생기고, 항문 옆에 뾰루지처럼 튀어나온 종기에 고름이 찬다.

회사원 A 씨(32)는 언제부턴가 항문 주위에서 고름이 나와 몇 차례 병원에서 아픈 곳을 째고 치료도 받았다. 잘 나았는가 싶더니, 2주 전부터는 변을 볼 때 피가 나면서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 고름과는 또 다른, 냄새나는 분비물이 팬티에 계속 묻어나왔다.

이번엔 항문외과 전문의를 찾았다. 여러 검사를 받아보니, “항문 주위에 외공(外孔)이 있다”며 ‘치루’(痔瘻, anal fistula)로 진단이 나왔다. “항문 안쪽에 있는 항문샘 염증이 항문 바깥쪽 피부까지 뚫고 나왔다”는 것. 항문 주위에 구멍이 생겼다는 얘기다.

항문 안쪽 항문샘에 있는 ①내공과 항문 바깥쪽 피부에 있는 ②외공. 내공과 외공울 잇는 통로가 '치루관'. [사진=웰니스병원]

“항문 옆에 구멍이 났다”…치루, 왜 낫기 어렵나?

부산 웰니스병원 강동완 병원장은 “치루는 고령층보단 젊은 연령층(20대, 30대)에서 많이 생긴다”면서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 환자가 3배 정도 많다”고 했다.

그런데, 치루는 한 번 생기면 잘 낫지 않고, 재발(再發)도 잘 된다. 만성으로 가기 쉬운, 난치성 질환의 하나다. 간혹 구멍이 막히면, 이번엔 통증과 부종, 열이 또 발생한다.

설사나 변비가 잦을 때 많이 생기지만, 발병 원인은 그 외에도 다양하다. 결핵, 방선균증, 크론병 같은 비특이성 장염, 외상(外傷) 등등. 암 때문에도 생긴다. 치루를 오래 내버려 뒀을 때, 거꾸로 항문암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치루는 약 같은 것으론 완치가 어렵다. 탈이 난 항문샘과 치루관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수술. 항문샘 인근의 괄약근을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걸 잘못 다뤘다간 변이 새어 나오는 ‘변실금’으로 더 큰 고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술 외엔 대안을 찾기 힘들다. 기본은 치루관 절개술. 피부와 항문 괄약근을 절개한 후 탈이 난 치루관의 염증을 긁어낸다. 예후는 좋지만, 괄약근이 손상을 입어 항문 조이는 힘이 약해지는 후유증이 남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옵션을 더하느냐에 따라 수술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먼저, 복잡하고 병소가 깊이 있는 치루는 세톤(Seton)법을 쓴다. 실이나 탄성 밴드, 배액관 등으로 치루관을 올가미처럼 묶는(관선) 것. 괄약근 손상은 피하면서 치루관을 절개하는 방법으로 널리 쓰인다.

치루 제거하면서 항문 괄약근 바로 이어주는 FIPS 성형술

새 수술법으로 LIFT와 FIPS도 있다. 그중 LIFT(Ligation of Intersphinteric Fistular Tract)는 외(外)괄약근과 내(內)괄약근 사이에서 치루관을 묶어버리는 결찰술. 괄약근을 잘 보존할 수 있게 해 변실금 위험이 적다는 게 장점.

하지만 재발률이 20% 정도로 낮지 않고, 치루관이 염증으로 물렁물렁해져 있으면 견고하게 묶기가 어렵다는 게 한계다.

반면, FIPS(Fistulotomy and Primary Sphincteroplasty)는 접근법이 다르다. 치루에 인접한 괄약근을 절개한 후 치루를 완전히 제거한다. 이후 2개 층으로 된 항문의 내·외 괄약근을 촘촘히 이어준다.

치루가 있던 부위 피부까지 봉합해 매끄럽게도 한다. ‘괄약근 성형술’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은 그 때문. 유럽이나 미국에서 많이 하는 치루 수술법의 하나다.

강동완 병원장은 “치루 수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괄약근의 보존 여부”라며 “수술이 잘 되었다 하더라도 대변이 새어 나오는 변실금이 생긴다면 차라리 수술하지 않는 게 낫다”고까지 했다. ‘삶의 질’(QoL, Quality of Life) 측면에서 변실금이 생기지 않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치루 환자에 FIPS(괄약근 성형술)를 시행하고 있는 강동완 병원장. [사진=부산 웰니스병원]
그는 “아쉽게도 치루는 특별한 예방법이 딱히 없다”면서 “항문 주위에 농양이 있었다거나 치루를 앓았던 적이 있다면 좌욕을 통해 항문 주위를 늘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정도”라 했다.

특히 좌욕은 치루를 비롯한 여러 치질 수술 이후 관리에 두루 효과가 좋다. 항문 주변 혈액 순환을 도와 상처가 쉽게 아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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