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원인 없애는 TPD 신약, 글로벌 기술이전 도전”

[헬스케어 기업탐방 7]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상임고문은 "질병의 원인을 원천 제거하는 TPD 치료제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사진=장자원 기자.

“혁신 신약 개발 기업에게 글로벌 기술 이전은 곧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노큐어가 가진 독보적인 원천 기술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아직 압도적인 선행주자가 없는 영역에 도전장을 내려 합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최근 차세대 신약 개발 기술로 ‘표적 단백질 분해제(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이하 TPD)’를 주목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CAR-T 치료제에 이어 TPD 기술 확보에 업계의 투자가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2021년 화이자가 약 2조3600억원을 투자해 미국 TPD 기업 아비나스와 유방암 후보물질 공동개발에 나섰고, 머크는 오스트리아 생명공학기업 프록시젠의 TPD 치료제 확보에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SK바이오팜이 지난해 620억원을 투자해 미국 TPD 전문 기업 프로테오반트를 인수했고, 오름테라퓨틱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관련 파이프라인을 기술 이전하며 주목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유한양행과 제넥신이 각각 관련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이하 이노큐어)는 자체 보유한 TPD 원천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받은 기업 중 하나다. 창립자 유혜동 대표와 배진건 상임고문을 비롯해 13명(연구인력 11명)이 함께 하는 작은 기업이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에 선발되고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지원 과제에 두 차례 선정되는 등 경력은 이미 화려하다.

배진건 상임고문은 TPD 기술이 ‘글로벌 제약산업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TPD 치료제, 제약계 차세대 먹거리 될까

현재 대부분의 항암제는 ‘표적치료제’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표적단백질)에 붙어 그 기능을 억제하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표적으로 삼는 단백질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몸 전체에 작용하는 화학항암제보다 부작용을 줄이는 장점 덕에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표적치료제는 단백질과 약물이 결합하는 부위에 변이가 생기면서 약효가 떨어지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서 내성이 생기는 약점이 있다. 또 표적치료제가 방해할 수 있는 단백질은 질병을 일으키는 전체 단백질의 20%에 불과해 나머지 영역은 여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있다. TPD는 이를 보완한 기술로, 표적단백질을 아예 제거하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저해제(표적치료제)는 투약을 중단했을 때 다시 종양이 활성화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이노큐어의 TPD 치료제를 사용하면 종양을 완전히 분해하기 때문에 투약 중단 때 부담이 덜 하죠. 물론 세포 내에서 표적단백질이 다시 생성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때에도 종양이 활성화되기까지 최소 3주간 약효가 더 유지됩니다.”

또한 TPD 치료제는 표적항암제나 ADC 치료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농도의 약물을 사용하는 특성 덕분에 일반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 문제나 내성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 배 부사장의 설명이다.

분자량 줄인 독자 기술… “경구용 치료제도 개발 가능”

배 상임고문은 국내 TPD 치료제 개발 기업 중 이노큐어만의 강점은 “분자량(분자의 질량)을 줄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PD는 특정 단백질을 제거하라고 붙이는 일종의 표식인 ‘E3 리간드’와 실제로 단백질을 제거하는 ‘POI 리간드’가 링커로 결합된 구조입니다. 당연히 분자량이 커지고, 이 때문에 세포막 투과가 어려워져 약효를 내기 힘들죠. 이노큐어는 이 분자량을 최대한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의 연구시설. 사진=장자원 기자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했거나 개발 중인 대부분의 TPD 치료제는 분자량이 800 이상이다. 반면 이노큐어의 자체 플랫폼 기술인 ‘밀프로탁(MILPROTAC)’을 통해 도출한 TPD의 분자량은 750 정도다.

배 상임고문은 “현재 수준의 분자량은 체내 흡수가 쉬워 경구용, 즉 먹는 치료제로 개발도 가능하다”며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이노큐어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ICTP-101’, 희귀암·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ICTP-201’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으로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ICTP-101은 전임상을 거친 후 내년 상반기 중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임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배진건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한창 ADC 항암제에 쏠려 있던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TPD 치료제로 옮겨가는 추세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ADC 항암제가 대세라고 생각한다. 이미 15개 정도의 치료제가 승인을 받으면서 개발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TPD는 ADC의 대체재는 아니다. 오히려 두 기술의 장점만을 취한 새로운 치료제도 있다. 분해제-항체 접합체(DAC)라는 개념인데, 기존 ADC 항암제에 들어가던 약물을 TPD 치료제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ADC 치료제의 독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효과적인 종양 제거가 가능하다.”

-아직 상용화된 것이 없는 TPD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특별한 전략이 있나.

“독자적으로 치료제 개발 후 상용화까지 가면 좋겠지만, 이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미련한 방법이다. 초기 물질 발굴을 위한 투자와 임상 2상, 3상시험을 진행하는 비용은 하늘과 땅 차이다. 혁신벤처 기업은 결국 글로벌 기술 이전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기술 이전이 곧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노큐어 역시 반복적인 기술 이전을 통해 체급을 키워나가려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키운 체급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 다음 문제다.”

-이노큐어의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당장은 핵심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에 집중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통해 기술 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눈앞의 가장 큰 비전이다. 임상 진입과 기술 이전에 성공한다면 바이오텍의 상장 요건은 갖춘 셈이다. 그렇게 되면 상장을 목표로 움직일 예정이다. 다만 우선은 글로벌 진출에 목표를 맞추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노큐어의 자산을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하는 전략과 국내 제약사 공동 연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이 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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