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개미군단 "셀트리온제약 합병 반대" 외치는 이유

"주주가치 훼손 우려" 회사 측에 입장 발표 촉구... "서정진 공언, 공수표 될 판"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가 최근 한 경제신문에 게재한 광고. [사진=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
“60만 셀트리온 주주들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결사 반대한다. 회사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조속히 발표해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는 최근 한 경제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고,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당시 전광판 광고까지 했고, ‘합병 주총일까지 1일 1주 사기’ 운동을 벌였을 정도로 합병을 반겼던 주주들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제약과의 합병 반대의 근거로 4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당위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번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은 분식회계 논란 해소, 제조와 판매의 일원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등의 당위성이 존재했다"며 "하지만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병 땐 셀트리온 주주가치 현저하게 훼손된다"며 "7월 16일 기준 셀트리온의 PER 51.8에 비해 셀트리온제약은 188.5로 약 3.6배 고평가돼 셀트리온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다. PER가 높다는 건 이익 대비 주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때도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PER은 두 배가량 차이났었다. 다만 그때는 헬스케어가 내부거래 등으로 분식회계 등 논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병이 필요했던 반면 셀트리온제약은 그런 명분이 없다는 게 소액주주연대 측 입장이다.

합병 후 주가 하락도 우려했다. 고평가된 셀트리온제약과 합병하면 셀트리온의 가치가 낮아지고, 시가총액 기준 약 10%의 주식 수량이 늘어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합병은 셀트리온 주주들의 손실이 회복되고 양사의 가치가 동등하게 평가되는 시점에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별도 매출액 1조8734억원, 영업이익은 638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셀트리온제약은 매출 3888억원, 영업이익 360억원이다.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각각 19만9200원과 9만5300원이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은 제약보다 약 17배 많지만, 주가 차이는 2배에 불과하다. 셀트리온과 제약의 상장 주식 수는 각각 2억1699만3223주, 4159만6653주다.

약속했던 6개월은 지났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종료한 뒤, 6개월 내 셀트리온제약과의 2단계 합병을 추진하겠다.”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발표한 8월과 10월, 서정진 회장은 두 번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다. 헬스케어와의 합병이 마무리된 후 6개월 안에 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셀트리온제약 합병까지 모든 통합 절차를 2024년에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신주가 상장한 지난 1월 12일로부터 6개월 이상 지났는데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의 공언이 공수표로 전락할 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셀트리온 주주들은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를 합병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윤석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헬스케어와 합병하면서 6개월 이상 셀트리온 주가가 지지부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이나 기관들 입장에서는 제약과의 합병이 실적에도 안 좋고, 시가총액은 오히려 커지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시장에 제약과 합병한다는 인식이 계속 남아 있으면, 비교적 덩치가 가벼운 제약 주가만 올라가고, 셀트리온 주가는 내려가면서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셀트리온 주가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회사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와 통합 때와 같이 주가에 따라 합병 비율을 결정하면 셀트리온 주주들이 반대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제약의 실적과 기업가치가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합병을 유예하거나 아니면 아예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규모 합병은 합병신주의 비율이 합병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하지 않을 때 시도할 수 있는 합병 방식이다. 주주총회 결의와 합병 반대주주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합병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합병회사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시할 경우 소규모 합병은 인정되지 않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제약과 합병과 관련해 여러 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관련 소식이 있으면 공시 등을 통해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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